수영 유튜버 선생님 만만세

미션: 비입수 강습을 극복하라

by 신슈슈
레인은 여섯 개, 강사는 두 명?

다른 곳보다 저렴한 강습료의 비결은 바로

박리다매의 회원모집과, 비입수 강습이었어.

사실 난 비입수 강습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봐서 당황했어.

물에 들어오지 않고 입으로만 가르쳐서 한 인간을 헤엄치게 할 수 있는 거였어?

개헤엄도 아니고, 접 배 평 자 이걸 다 비입수로 가르칠 수 있는 건가?

혹시 구립이나 시립 수영장은 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지 찾아봤는데, 입수 지도가 기본이되 간혹 비입수 강습이 있는 곳은 지정 요일별로 입수, 비입수로 나누어진 스케줄대로 강습이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야.

그런데 우리 센터는... 올웨이즈 비입수라니 (흔하지 않다)


이해를 해보자면 주민편익시설에서 운영되는 수영장이다 보니 저렴해야 하고,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이런 형식으로 운영되나 봐. 강사 두 명이 두 개 레인과(초급), 네 개 레인(중급, 상급)을 티칭 하는데 한 레인에 회원이 최소 열다섯 명은 되거든. 초급반 강사님은 한 번에 서른 명, 중상급반 강사님은 육십 명 이상 티칭하는 거지.(극한직업 수영강사)


나는 수영 첫날, 낯선 수영장 풍경에 잔뜩 쫄아있었어. 수영장에 입장해서는 눈치껏 맨 뒷자리에 섰어.

모든 운동이란 게 그렇잖아. 화려한 패턴의 운동복과 앞자리는 숙련자들의 것이라고.

그래서인지 화끈하고 팔색조 같은 컬러의 수영복을 입은 다른 레인의 회원들과는 달리 초급반인 1번 레인은 우중충한 수영복 일색이었어. 무늬가 크게 없는 검은색, 네이비색, 카키색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 노출을 최소화한 로우컷 또는 3부, 5부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강사의 호각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팔다리를 흔들고 있었어.


오전 열 시의 수영장은 여자들의 시간이더라.

새벽반 수영장이 남성 회원들로 가득한 것과는 반대로, 오전 반 수영장엔 대부분 서로를 언니야 자기야라고 다정하게 부르는 중년 여성들이거나(등에 서로 바디로션을 발라주는 사이, 수영 후 브런치 모임을 하는 사이, 같이 여행을 가는 사이) 낮에 아이들을 기관과 학교에 보내고 온 주부들이 다수였어. 인사를 해야 하나 쭈뼛쭈뼛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미세한 목인사를 하고, 킥판을 잡아 자유형 발차기를 시작했어.


초급반 회원들은 제 각각의 진도와 몸짓으로 물과 싸우고 있는 느낌이었어.

처음 왔다는 나의 쭈뼛거리는 몸짓에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하던 강사님은 나에게 몇 마디를 던졌어.


"수영 처음 배워요?"

"아.. 예전에 자유형 두 달 배우다 그만뒀어요."

"..... 출발"


난데없는 출발 사인에 나는 어젯밤에 찾아본 수영 유튜버들의 몸짓을 떠올리며 어설프게 자유형 흉내를 냈지.

십수 년 만에 수영 흉내를 냈던 내가 서다 헤엄치다를 반복하다 겨우 한 바퀴를 돌고 돌아왔을 때 강사님은 외쳤어.


"평영 출발"

'???'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앞에서 허우적 대며 앞으로 나아가던 회원의 뒤를 따라 평영을 흉내 내며 출발했어.


첫 날 강습을 마치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어.

'여기서는 강습을 기대하지 말고 수영을 위한 장소대여를 해준다고 생각하자'


사실 집 근처에 등록이 가능한 다른 센터가 있었다면 옮기는 것을 고려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의 수영 로망 기억하지? 나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거나 라이프가드 자격증 취득이 목표가 아닌, 그냥 호텔 수영 정도의 최종 목표를 갖고 있었기에 욕심 없이 이 센터에 적응해 보기로 했어. 어차피 근처에 등록 가능한 수영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플랜비는 없었거든.


결국 나는 그날부터 유튜브 수영 일타강사들에게 빠져들게 되었어. 오프라인 강사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온라인 강사에게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수영 배우면서 유튜브 선생님들께 너무 많은 가르침을 받았던 것 같아. 난 뭐 드릴 건 없고, 구독과 좋아요로 마음을 표현하고 있어. (너무 많은 동영상 시청은 혼란을 초래합니다)

한동안 호흡법이 잘못돼서 수영 후에 두통이 심했는데 다이빙덕 유튜버의 호흡 터지는 법을 보며 완치를 했고, 평영이 안 돼서 수태기가 올 것 같을 때는 유튜브에 있는 국내 평영 영상은 다 봤던 것 같아. 발차기가 안 되는 것 같으면 영상을 보면서 침대에 누워 공중에서 다리를 휘젓고 식탁에서 밥 먹다 말고 평영 스트로크를 흉내 내다가 컵을 쓰려 뜨리기도 했어. 이쯤 되면 알고리즘에 따라 온통 수영영상이 유튜브와 SNS를 차지하게 돼.


웃프게도 비입수 선생님이라는 환경이 나에게 온라인 학습을 하게 만들더라고.

근데 알잖아. 영상 보면서 머리로는 시뮬레이션되는데, 수영장에서는 한 번에 입력된 여러 개 팁을 생각하면 오히려 오작동 나는 거.


한 번에 하나 씩만 기억해서 해보자. 느리지만 수영장에 가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조금씩 늘고 있다니깐.

수영은 새로운 영법을 배울 때마다, 또 조금씩 어설프던 자세를 잡아갈 때마다 작은 성취가 쌓이는 것 같아서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나는 지금 겨우 수력 10개월 차, 수린이지만 수영은 평생 운동으로 가져가고 싶어.



지극히 사적인 수영 일타강사 취향


수영계의 냉철한 분석가(EBS 강사) 다이빙덕

다이빙덕 Divin' Duck - YouTube


깔끔한 영상으로 모든 종목에 대한 다양한 강습 컨텐츠가 있는 더포스

더포스 수영 (The point of swimming) - YouTube


웃으면서 강습 영상 보고 싶을 때는 굿 나이트 진조(개그캐)

굿나잇진조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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