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의 발표, 5명의 심사위원, 그리고 나

사업화된 적 있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by 춘림

작년 말, 창작지원 사업에 한 번 붙은 적이 있다.

세상에 내 글을 내밀어 그 가능성을 인정받는다는 것.

그건 구직 면접에 합격하는 것보다 곱절은 더 기쁜 일이다.

그래서 올해도 도전했다. 다른 장르, 다른 이야기로.

창작자에게 더 좋은 조건의 지원사업이었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매해 지원했지만 늘 떨어졌기에

기대는 줄이고 응모했는데, 서류심사에 붙었다.


‘올해, 뭐 좀 되는 핸가?’


정체돼 있던 운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발표심사라는 두 번째 관문이 남아 있음에도 나는 이미 들떠 있었다.


며칠 뒤, 나는 발표심사장에 서 있었다.

눈앞에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앉아 있었다.

그중 한 분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 엄수하세요. 정해진 5분 넘어가면 바로 끊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준비한 발표를 마쳤을 때

시간 엄수를 말했던 심사위원이 웃음과 놀람 섞인 얼굴로 말했다.

“와, 정확히 5분에 끝냈네요.”

그때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시작됐다.

질문 중 몇 개는 서류심사 때 제출한 작품자료를 충분히 숙지했다면

나오지 않았을 질문이었다.

‘이분들, 발표내용만 가지고 평가하는 건가?’

순간 멘탈이 흔들렸다.

발표자료는 심사위원들이 사전 제출된 작품기획안 등을 충분히 읽었다는 전제로 만든

요약본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은 5분의 말, 그것뿐인 듯했다.

멘탈이 흔들린 나머지 질문에 당황했고, 나의 답변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었고, 결정타는 마지막 질의응답에 있었다.

“그간 집필한 작품 중에, 사업화된 게 있나요?”

“… 없습니다.”

“그래요?”

심사위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짧은 침묵과 표정,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나중에 이런 쪽을 좀 안다는 지인한테 들었다.

심사위원들은 보통 사업화 경험이 있는 쪽의 손을 들어주는 안정적인 선택을 한다고.

“그러니까 되는 사람이 또 되고 또 되고 하는 거야.”

물론 사실 여부는 알 수 없고, 그래서 떨어졌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응모작은 붙을만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충분히 떨어질 만한 작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작품으로 증명하라는 말은, 결국 시장에서 증명하라는 말일 때가 많다.

나는 글로 무수한 세계를 만들어왔지만,

정작 ‘나’라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

나는 증명되지 않은 사람, 입증되지 않은 선택지였다.


최종결과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렸다.

일주일 동안, 떨어질까? 붙을까? 그 질문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오갔고,

머릿속에서는 발표 장면이 시도 때도 없이 리플레이됐다.


결과는 불합격.

그날의 하늘은 유난히 맑고 무심했다.

그냥 차라리 서류심사에서 떨어졌더라면 기대도, 상상도, 준비도 하지 않았을 텐데...

불합격은 참으로 아팠다.


엄마가 떨어졌다는 말에 놀라고 아쉬워하다 금세 표정을 바꿔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고 나를 위로했다.

하지만 나는 세상을 원망했다.

‘세상엔 왜 이렇게 잘 쓰는 사람이 많은 거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네ㅜㅜ.’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왔다.

그저, 쓰는 사람으로...



다음 편은 다시 멤버십 전용으로 갑니다.

멤버십 글이라 조용히 떠나는 분들도 계시네요.^^

그래도 끝까지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계속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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