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리그 '기자' 참관기(1)
얼마 전 동료 프로기사인 오승민 3단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바둑시합 원툴'로 살아온 나와 달리 대학도 다니고, 바둑리그 기자 일이나 바둑 보급활동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친구다. 우연히 마주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승민이가 바둑리그 기자 일 하는 걸 보러 가기로 했다.
(나)"요즘 바둑리그 기사 쓰는 건 어때?"
(승민)"어휴, 맨날 기자실에 혼자 있으니까 너무 심심해서. 내가 기사를 쓰는지 잠을 자는지 구분이 안 돼."(나)"그럼 그날 와서 봐도 돼?"
(승민)"대환영이지."
살짝 뜬금없이 잡힌 약속이었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속시간은 7시. 장소는 한국기원 2층 기자실. 평소보다 좀 빠르게 저녁을 먹고 한국기원으로 향했다.
(승민)"3판이면 10시 반, 4판이면 11시, 5판이면 12시까지 가니까, (바둑리그는 5판 3선승제다) 그때까진 시간 비워놔야 돼"
기원에 들어가기 전 먼저 편의점에 들러 과자를 몇 봉지 사서 갔다.(간식거리는 필수다) 한국기원 2층은 큰 규모의 대국실이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남는 작은 방 2개를 창고, 기자실로 쓴다. 그중 가장 구석에 있는 기자실을 찾아 문을 열었다. 아니, 문을 열려고 했지만 보기보다 손잡이가 너무 뻑뻑했다. 손이 과자로 꽉 찬 상태라 과자 박스로 눌러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결국은 과자를 양손에 들고 손목으로 손잡이를 눌러서야 간신히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젠장 내 손목..)
(승민)"어, 왔구나!"
기자실 안에 있던 승민이가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맞았다. (과자 덕을 좀 본 것 같다)
(나)"이제 곧 7시니까(1국 시작시간) 사진 촬영 하러 가야겠네."
(승민)"아, 그러네. 금방 갔다 올게."
승민이는 카메라를 챙겨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혼자 남은 나는 기자실을 쭉 둘러보았다. 큰 탁자 하나를 10개 정도의 칸막이로 나눠둔 공간. 옆을 볼 수 없도록 기자석마다 나무판자로 경계가 그어져 있었다. 물론 옆사람이 뭘 하는지 굳이 보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긴 하겠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대국장보다도 삭막한 공간으로 느껴졌다.
'큰 시합이 있어서 바둑기자들이 많이 오던 때는 어떤 분위기였을까? 시끌벅적했을까? 아니면 서로 말도 없이 조용했을까?' 나는 승민이가 돌아올 때까지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