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4년의 나 VS 2025년의 나

수준 낮은 글과 수준 높은 글의 차이

by 이연

문득 내 글쓰기 실력은 얼마나 늘었을지 궁금해졌다.

비교를 위해 작년에 썼던 글을 가져와 고쳐 써보기로 했다.


[답은 내 안에 있다]에서 발췌, 2024년 1월

내 인생 얘기와 깨달은 것들을 한참 써놓고 난 다음 이걸 뭔가 하나로 이어 줄 만한 제목을 정해야 했는데, 그게 딱 떠오르지 않았다. 자기 잠재력 최대한 발휘하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기? 더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좋은 말 같기는 한데 일단 내가 그런 마인드로 살지를 않은 데다가 너무 뻔한 말이었다. 제목을 대체 뭘로 해야 되지? 내가 쓴 글도 다시 읽어보면서 머리 싸매고 꽤 오래 고민한 끝에 그나마 하나가 떠올랐다. [생각하는 힘 키우기 – 그냥 노력하는 게 아닌 재능을 키우는 노력] 한데 이것도 좀 아쉬운 느낌이었다. 내가 바둑 책을 쓰는 거라면 몰라도 내 인생 얘기에 어울리는 문장은 아니었다. 한참 생각하다가 금방 답이 안 나올 것 같아서 잠깐 화장실에 갔다. 사실은 화장실에서도 생각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내가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까먹었다. 제목을 뭘로 하면 좋을까? 하는 질문 말고 내가 뭘 했을 때 바뀌었던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민폐 폭탄으로 살던 때, 그게 싫어서 나 자신을 바꾸고 더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던 때, 나는 뭘 통해서 나를 바꿀 수 있었던 걸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자 답이 될 만한 게 떠올랐다. 바로 ‘나한테 맞는 답을 내 안에서 찾기’였다. 제목으로 쓸 수 있도록 바로 간소화시켰다. ‘답은 내 안에 있다.’


수정본, 2025년 3월

내 인생 얘기, 깨달음 등에 대해 몇 가지 글을 쓰고 난 다음, 나는 이것을 하나로 이어 줄 제목을 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뻔한 말들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나마 만든 제목은 [생각하는 힘 키우기 – 그냥 노력하는 게 아닌 재능을 키우는 노력]. 하지만 이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별로 와닿지도 않는 문장을 길게 늘여서 쓴 느낌이랄까. 내가 고민한 과정, 내 깨달음 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간결한 한 문장을 원했지만 금방 답이 나오지 않아 잠깐 쉬기로 했다.


쉬면서 나는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글 내용과 내 깨달음을 '연결'해줄 문장을 찾는 게 과연 맞는 방향일까?' 나는 분명 내 깨달음과 그 깨달음을 얻기까지 고민한 과정 등 모든 내용을 담아낼 '그릇'을 찾는 중이었다. 모든 것을 담아낼 그릇이라면, 훨씬 더 깊고 넓은 의미를 가진 문장이어야 하지 않겠나. 글 내용과 내 깨달음을 접착제로 '억지 연결'시킨들 누구의 마음에 닿겠는가. 원하는 문장을 찾기 위해 내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했던 내용은 '제목을 뭘로 할까?'같은 껍데기가 아니었다. '내가 어떤 걸 했을 때 바뀌었던가?'같은 근원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나 자신을 바꾸고 더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던 때, 나는 어디서 길을 찾았던가?' '나는 어떻게 나를 바꿀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자, 마법처럼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그 문장이 뇌리를 스쳐갔다. [답은 내 안에 있다.]


수정본을 보면 원래의 글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글의 수준이나 가독성에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생기는지를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캡처0.PNG 하늘과 땅 차이 (땅이 더 좋아 보이긴 함)


*글의 문제점 수정

1. TMI가 없다. / 맥락을 깨는 문장을 없앤다

- 첫 번째 글에서 머리를 싸맸다느니, 중간에 화장실을 갔다느니 하는 부분은 독자가 맥락을 이해하는 데 전혀 필요 없는 부분이다.

- 해결방법 : 과감한 삭제


2. 문장을 여러 번 끊는다. / 기억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 한 문장을 너무 오래 끌고 가면, 독자는 지금 문장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까먹을 지경에 이른다. 한 문장을 한 번에 읽을 수 있게끔 잘게 쪼개주는 게 필요하다.

- 해결방법 :'OO 했지만' -> 'OO 했다. 하지만' 등으로 문장을 자르기 / 쉼표와 마침표 남발하기


*글의 수준 높이기

1. 내 시선에서 보는 게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식으로 쓴다.

- 독자는 내가 생각하는 그림을 전혀 모른다. 지금 말하고 생각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객관적인 말로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 체크방법 : '나는'을 '그는'으로 바꿔보자. 제대로 읽히게 쓴 글이라면, 그렇게 해도 글의 뜻이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2. 핵심 주제가 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 주제가 와닿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적절히 보충한다.

- 맥락을 깨지 않고, 문장을 끊고, 독자 입장에서 쓰는 건 죄다 '기본'에 해당한다. 글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결국 디테일이다. '이야기'를 적절히 보충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 해결방법 : 공부 열심히 하고, 글 많이 써보고... 뭐 대충 알아서 하자.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읽기 편하게, 이야기를 다채롭고 풍성하게, 문장에서 깊은 맛이 나게 쓰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혼자만 그렇게 느꼈다면 그건 좋은 글이 아니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아야 좋은 글이다.


어떤 글이 좋고, 어떤 글이 별로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는 이 글이 좋은 글이었기를 바란다. (글이 좋으셨다면 하트~)

keyword
이전 04화前 '끈기 없는 독기병'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