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게 아니에요

아기 낳기가 중요하다고?

by 아이린

어제저녁 아버지가 외출하셨다. 엄마와 대충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던 중이었다. 엄마는 내게

"방에 들어가서 전화하기 귀찮으니 네 핸드폰으로 K에게 전화해 봐" 뭐 시키는 대로 했다.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는 그 집 큰 아들 그리고 딸의 안부를 묻고 딸은 9월 출산이라지만 아들은 자녀 출산 생각이 없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 보다.


통화를 마치더니 "자녀를 낳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집 며느리는 무슨 생각인지.. 왜 직장을 따로 나가고 아기도 안 낳는다니..." 그 아들내미는 내가 아기일 적부터 알던 아이다. 대학을 안 가고 제빵학교 가더니 제빵사로 일한다. 자기 빵집을 열어서 말이다. 뭐 조그마한 카페도 같이 한댔지?


"엄마 외국 제빵학교 나온 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공부해 가게 연 상태로 지금 10년 가까이 잘 운영하는 거 보면 잘하고 있는 거야. 걔 와이프가 자기 커리어 위해 남편이랑 떨어져 일하는 게 뭐 어때서"

"그래도 아기를 낳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낳고 안 낳고는 본인들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거야. 그리고 혹 아기 낳는대 봐 아기는 누가 키워. 적어도 기저귀는 떼야 어린이집에서도 받아줘. 그때까지 아기 혼자 우유 먹고 기저귀 갈아? 누가 그 집에서 그걸 해 주냐고 직장 관두고 애 엄마가?"

"부부가 같이 일하면서 돌보면..."

"엄마 기억 안 나? 예전 살던 동네에서 부부가 하던 빵집? 결국은 부부가 이혼했잖아. 난 결혼 안 해서 모르지만 같은 공간에서 일하다 보면 사이좋게 잘 일할수도 있지만 갈등 상황이 올 때 피할 곳 없어 힘들대"

" 그래도... 아이가 없으면"

"엄마 나랑 동생 낳고 엄마가 키웠어? 할머니가 우리 키웠잖아 그때는 시어머니나 친정엄마의 희생이 있었다지만 요즘은 아냐. 그리고 그런 희생 요구해도 안되고."


출산율이 무섭게 저하되었다. 나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시대에 태어나 자랐다. 지금은 제발 낳아만 주라 세대라지? 옛날에는 지 먹을 건 지가 타고 태어난다는 생각들을 했다지만 요즘은 그렇지 못하고 시설의 도움 없이는 아이 낳는 게 기르는 게 불가능한데 안전하게 아이를 맡길 곳 그리고 기저귀 떼기 전이라도 맡아주는 곳이 없지 않나 모성의 희생을 요구하는 그리고 그걸 거부하면 이기적이라 비난하지 못하.. 그런 시대가 되었다. 출산 저하와 인구감소 그에 대한 대안은 정부도 누구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나는 병 때문에 일찌감치 엄마가 될 기회가 사라진 인간이지만... 아무튼 상당히 깨어 있는 분인 팔순 노모도 출산에 관한한은 봉건적 자세에 사로 잡혀 있음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가장 닮은 외모임에도 그 전보적 성향은 물려받지 못한 울 엄마... 그래도 엄마는 계속 진보 중이시니 그거로 충분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신경한 동생에 대한 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