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남부 시골마을에는 동화 속 주인공 같은 가족이 산다.
그들이 사는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각종 꽃과 나무들이 귀여운 동상들과 조화롭게 꾸며져 있고, 더우면 언제든 풍덩 뛰어들 수 있는 수영장도 있다. 집 곳곳에는 화가인 주인아저씨의 취향이 담긴 그림들이 미술관처럼 걸려 있었고, 그저 누워 있기만 해도 상상력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다락방도 있었다. 평생을 네모 반듯한 아파트에서 살아온 나는 이 동화 같은 집을 발견하자마자 홀린 듯이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아저씨의 딸이자 손님들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투마이’는 도착 첫날부터 나에게 무한한 친절을 퍼부어주었다. 가는 길을 헷갈려하니 자신의 엄마와 차를 타고 데려와주는 가 하면, 다락방의 낭만에 취해 나오지 않는 내가 심심해 보였는지 집 근처 바다로 데려가 주기도 했다. 아침에는 나를 위한 조식을 매일 대접해 줬으며, 처치곤란이었던 빨래도 공짜로 돌려주면서 하나하나 널어주기까지 했다.
그녀의 엄마이자 주인아주머니는 상대적으로 시크한 표정과 행동을 시종일관 유지하셨는데 어디 콩 심은 데 팥 날까. 투마이가 가진 친절의 절반은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온 것이 분명했다. 이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주인아주머니는 어느 시골 할머니들과 다를 거 없이 음식을 양껏 퍼주셨다. 혼자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만큼 파스타를 접시 한가득 담아 주시는가 하면, 딸을 시켜 다락방까지 빵을 전달해 주기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화가 아저씨는 나를 자신의 그림공방에 초대해 직접 그린 그림들을 구경하게 해 주었으며, 내가 마음에 드는 그림 두 점을 손수 포장해 선물해 주기까지 했다.
꿈만 같은 집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순간이 나에겐 다 한 편의 동화처럼 느껴졌다. 겨우 며칠밖에 안 지내는 나에게 어쩜 이리 친절할 수 있을까? 집만큼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나에겐 꿈만 같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그 집에 머무는 동안 영영 깨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투마이네 가족의 따뜻한 마음씨가 그저 고마웠다. 그들은 낯선 나를 가족처럼 대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그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행복’이었다. 이 화가 가족은 자신들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눌 때의 행복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낙원에 살면서 기꺼이 낯선 이방인도 낙원으로 초대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