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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EuN May 21. 2024

서른 여덟, 알바 연령제한이 있나요?

시급 알바입니다.

23년 12월 고정수입을 위해 전 직장의 커리어를 이어 재취업한 곳을 스스로 퇴사했다.

1인기업이라 칭하고 호기롭게 사업자등록 후 3년차, 프리랜서라 칭하고 반 백수나 마찬가지다.

그림으로 굿즈도 만들고 드로잉 레슨도 했지만 주업이 되기엔 먼 나라 이야기임을 몸소 느끼며 한동안 집밖을 나오지 않았다. 

높은 연봉은 아니였지만 한달 생계유지비에는 부족할 것이 없었지만, 오전 11시 출근에 코엑스까지 출퇴근 시간을 감안하면 자정이 다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패턴이 나의 목적성과 부합하지 않았다.

틈틈히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소품그리기, 풍경그리기, 그밖에 그림 활동은 꾸준히 이어왔다. 그런 나 스스로에게 아주 기특하지만 점점 텅장이 되어가는 가계살림에 대한 책임감은 나를 옥죄었다.


세상엔 하고 싶은 일도 해보고 싶은 일도 많은 흥미로운 것들 천국이라는 생각에 남들과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하며 내 삶을 꿋꿋이 걸어왔다. 정식으로 대학졸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하는 월급쟁이 동생과 직업은 한 우물만 파야한다는 굳은 신념의 엄마눈에는 그냥 한심한 시집못간 누나, 딸로 보는 시선은 이제 굳은 살 만큼 단단해졌다.

4일만 일하고 나머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다. 변변한 작업실도 없이 거실 중앙에서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다. 밖에 공사하는 소리, 방에서 드라마 시청하는 소리, 정리되지 않은 테이블 등 환경은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나가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우선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4일 근무하면서 교통비, 식대도 무시할 수 없었다. 24년 최저임금 9,860원이다. (내가 처음 알바했던 시급은 6천원 미만이였던 것 같은데..무심히 튀어나온 라떼)

관리자로 있으면서 안타까웠던 건 짧게 일하고 일당을 챙겨가는 알바였다. 하지만 정말 특출나게 시급 이상의 일을 해내는 이들도 있었고, 꾸준히 나와 인연을 맺어 인상을 챙겨줬던 기억이 있다. 

처음 시작했던 일도 김밥집 홀서빙이였다. 프리선언 후 간간히 형부가게에 나가 주방보조 겸 홀 마감을 했지만 꾸준히 불러주는게 아니라 수입이 들쑥날쑥했고, 최근에는 거의 연락이 없어 부탁하기도 애매했다.

홀 서빙이 좋았던 건 식대가 들지 않는 점이다. 자연스레 야채마켓 공고에서 서빙쪽을 검색하고 있었다.

정해진 업무만 제 시간에 딱 하고 퇴근하면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알바 아닐까 하는 마음에 눈에 띄는 가게를 발견했다. 가끔 쌀국수가 먹고 싶을 때 친구와 함께 방문했던 그 곳! 구인광고를 보자마자 지원하기를 눌렀다.

형부가게에서의 경험을 기준으로 뭔가 소개서를 꽉채워 보낸 후 몇 시간뒤, 식당 주인으로 부터 면접일정을

제안 받았다. 순간, 기쁘다가도 멈칫 하며 채팅창에 질문을 남겼다. 

"연령제한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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