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달 적응기
스무살, 김밥천국 서빙 이후 형부네 예약제 해신탕 식당에서 알바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간단한 테스트를 통과하고 채용이 되었더라도 그만큼에 합당한 일을 해야 하는 나였다.
알바를 관리하던 시절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근무시킬지 가르치고 했던 위치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사장님이 흡족하실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위치가 된 것이다.
제일 신문물은 바로 배달어플 플랫폼 적응이었다. 배*, 쿠* 는 기본이였고, 포스기에는 어플들이 줄서있었다.
주로 포장이나 직접 가서 먹는데 최적화된 나의 습관과는 다르게 시대는 빠르게 변화되었다.
주문알림이 뜨면 바로 기본찬을 픽업하고 주방과 가게에 전달하는 요청사항을 꼼꼼히 살핀다.
테스트와 다른 실전은 더욱 정신이 없었다. 추가 음식을 담지 않아 고객에게 전화가 오고, 재배달을 진행하거나 취소가 되버리는 실수가 일어났다. 주문표마다 미션을 수행하듯 하나하나 챙기다보면 주방에서는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식기 전에 밀봉해서 담는데 배달표가 어긋나 다른 음식이 나간 적도 있다.
아... 1시간이 하루 12시간처럼 느껴졌다. 알바비 보다 재배달비가 더 나가는 일도 빈번한 아찔한 하루하루..
주방과 홀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호흡을 맞춰가야 하는 걸 깨달았다. 입다물고 묵묵히 일만 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감지했지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오히려 이것도 못하는 나를 자책하고 있던 찰나.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천천히 체크하면서 누락된 것만 없으면 되요~"
먼저 마음을 풀어주었다. 혼자 정신 없는 나와는 달리 묵묵히 담담하게 차분히 그 상황을 이끌어가는 사장님과 쉐프님을 보면서 나도 조금씩 마음에 안정을 찾아갔다.
빨리 하라고 재촉하던 옛 사장님 스타일과 내가 하는 것을 지켜보다 직접 해 버리던 사장님 스타일과 달랐다.
나를 더욱 조여오던 건 헬맷 쓰고 눈만 보이는 배달 기사님들의 줄지어진 입장이었다. 언제 나오냐며 재촉하는 말에 마음은 더 초조해진다. 더욱이 매장 입구에서 대기해 달라는 안내판도 무의미하게 홀 손님 셀프바 까지 직진 하는 통에 업무가 더 난국으로 치솟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난감하던 찰나, 재촉해도 주방은 나의 동선만 체크하며 흐트러지지 않도록 무언의 담담함으로 잡아주고 있었다. 아~ 역시 함께 밥 먹는 힘이 이렇게 큰걸까? 동료애 함께 전쟁을 치르는 전우애 같은 끈끈함이 전달 되는 분위기였다.
혼자 그림그리는 작업을 하다가 알바를 나오면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회사의 서열이 주는 압박과 동료들보다 마음 맞춰가며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고 꿀맛같은 점심을 먹는 지금이 오히려 소속감이 든다.
오픈 주방이다 보니 앞에까지 오면 부담스럽다. 자연스럽게 고객 동선이 겹치니 준비되면 드린다며 기사님들을 응대하고 동시에 주방 동료도 지킨다. (나름 뿌듯한 나를 칭찬해..)
배달과 홀 손님이 동시에 몰리는 경우도 많다. 일일이 친절하게 응대 해 드리고 싶지만, 배달이 많은 경우에 그 외 기본찬은 셀프로 이용 부탁드린다고 한다. 응대 메뉴얼이 없다. 업무 동선 또한 내가 편한 대로 조율이 가능하다. 자유롭고 편하고 오늘 꼭 마무리 지어야 하는 압박도 없다. 조금씩 소통 하면서 맞춰가면 되는 것이다. 말이 터지면서 질문을 쏟아냈다. 누가 홀을 보던 맞닥뜨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공유하고, 요리에 관심이 없던 나는 한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꿀맛 같은 브레이크 타임 2시간은 개인 작업실이 됩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거나, 누워서 클래스를 수강하거나, 읽고 싶던 책을 가져가 햇볕이 잘 드는 테이블에 앉아 독서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지난 회차에 쌀국수집 알바생 점심 메뉴를 공유 해 드렸더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서 이번주는
카레 테마로 가져왔어요 :) 아! 쌀국수는 물론 먹습니다. (매장 메뉴는 거의 다 먹어봤어요) 그래야 손님들께도 안내 해 드리니까요 ^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