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급여 인상
매월 말일에 근무 스케쥴을 공유한다. 꼭 정해진 건 아닌데 암묵적으로 그렇게 조율이 되었다.
오히려 더 깔끔하고 괜찮은 것 같다. 초반에는 기본 업무가 끝나면 퇴근 시간 보다 30분~1시간 일찍 가는 날이 종종 있었다. 나야 한시간 있으면 돈 벌지만 소상공인 사장님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까지 공감되었다.. 주변 지인들은 알바가 그런것까지 신경쓰면 돈 못번다지만 어쩔 수 없이 먼저 들어가라고 하는 고용주 입장은 어떠할까... 여튼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항상 출근 시간보다 10분~15분 일찍 가야 마음이 편하다. 지금까지 해 왔던 습관이 어디가지 않을 뿐더러 작업복을 갖추고 신발부터 머리 메무새까지 하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그렇다. 그렇게 3개월째 스케쥴을 보내고 늘 그랬듯 "이번달도 감사했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덧붙였다.
실제 매월 공유하는 플래너다. 나는 디지털파일에 사장님은 아날로그식 엑셀에 기록해 둔다고 한다.
항상 답변은 "이번달도 수고하셨습니다" 였는데.... "꾸준히 잘 해 주셔서 4월부터 500원 인상하겠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급여인상 수준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시급 500원이 하루 7시간으로 책정했을때 한달을 모아보면 결코 작은 금액이 아니다. 그리고 길게는 1년 또는 6개월로 잡았을때 3개월 알바에게 큰 결심을 한게 아니실까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날 고정 알바를 찾아보겠다고 고군분투 했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근접하고 가깝다 싶으면 근무시간이 4시간이였다. 그럼 최소 오후나 주말알바를 구해 2개를 병행해야 했다.
급여가 높아서 고정수입으로 괜찮을 것 같았던 곳은 12시간의 근무시간이였다. 오후에 나가 아침에 퇴근하면 내 콘텐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도저히 낼 수 없었을 것 같았다. 초보가 가능하고 평일 오전 시간대는 나이제한이 있었다. 그렇게 몇달의 시간을 보내고 찾은 공고가 바로 여기였다. 무려 7시간 주4일 그리고 2시간 휴식시간과 워라밸을 챙길 수 있는 출퇴근 시간이 너무 잘 맞았으니까 ... 그렇게 3개월을 묵묵히 일찍 나가고 실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어느새 여유를 부리고 있을 때쯤 시급인상이라 더 정신차리게 되었다.
서서히 주방과 손발이 맞아갔고 (어찌보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함께 근무하는 공간이 더 이상 낯설지 않았으며, 이제 나를 알아보는 단골고객들도 생겼다.
"늦게 나오면 늦을 거 같다고 미리 얘기 해 주면 참 좋은데.. 너무 어려워요.."
평소에 말이 없던 사장님과 나는 인재경영 관련으로 말문이 터졌다. 사장이 되기 전에 누군가의 소속 직원이였던 시절 항상 일찍 출근하고 묵묵히 일했다고 한다. 잔소리 안하는 사장이지만 질문에 대답은 참 섬세하다.
나도 많은 알바를 가르치며 기운을 뺐을 때 이제 더 이상 말을 안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사장님 한테 질문을 참 많이 했는데 귀찮은 것보다 오히려 더 환영 해 줬다. 그리고 3개월 동안 나를 지켜봤던 거 아닐까.. 그리고 신뢰를 쌓으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던 것이 보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누나, 정말 잘 만난 것 같아요 :) "
쉐프님이 그랬다. 우리와 정말 잘 맞는 것 같다며 처음으로 격하게 칭찬 해 줬다. (머쓱...)
"초반에 잘 맞춰주신 덕분이죠 ... 하하하..."
-이제 정말 알바구직으로 힘들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익숙한 공간과 이별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다..
가게 분위기는 아날로그 감성이다. 프린트 해서 신메뉴를 알리거나 서빙 로봇 대신 셀프존으로 운영하며,
주문은 태블릿이 아닌 직원이 받는다. 명함 같은 쿠폰을 발견하고 활성하 하자고 제안드렸다.
도장도 있으니 자유롭게 활용해도 된다고 했고, 카운터 잘 보이는 곳에 스티커로 안내문구도 붙였다.
재방문 손님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았다. 다 소진하면 또 발급해 주신다고 한다.
여름에 냉면을 달고 사는데 종종 만들어주시면 너무 맛있다. 지난해 여름엔 콩쌀국수를 판매했다고 하는데 올해는 냉쌀국수다. 요즘 평양 냉면 한 그릇이 16,000원이던데 우리 사장님은 1만원에 개시한다.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아 사진을 받아 이미지 시안을 만들어 공유했다.
이번 회차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쩌다 보니 알바 경험담이 되었는데요, 소상공인에게 시급인상 결정은 정말 어렵게 내리신 것 같아 느낀 점을 공유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만나 조금씩 어우러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주심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점심 메뉴 테마는 "한식" 입니다. 맛평가나 먹튜버를 봐야할만큼 요즘엔 먹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중입니다. 매일 한끼 그냥 대충 때우자 였는데 새로운 신메뉴도 출시전에 맛볼 수 있고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네요.
알바 스케쥴이랑 겹치는 주간에는 연재일을 종종 놓치지만 늦더라도 글쓰기는 계속 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