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EuN Jul 10. 2024

가족같이 근무 할 사람 환영해요 :)

나에게 가족이란?

구인광고에 아직도 이렇게 적는 사장님이 계신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문구였다.

가족같이 편안한 환경에서 함께 근무.. 가족 같은 마음으로 직원을 우대합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 또는 부부만 함께하는 공동체가 많은 만큼 개인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도 다양하다.


가족 家族 의 사전적 의의

: 대체로 혈연, 혼인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집단을 말할 때는 가정 이라고도 하며, 그 구성원을 말할 때는 가솔 (家率) 또는 식솔 (食率)이라고도 한다. 


일상생활을 공유하고 함께 밥을 먹는 식솔에 해당 한다면, 알바로 연결되어 만나게 된 사장님과 쉐프님도 내겐 사회에서 뻗어난 새로운 유형의 가족이다.

처음 부터 혼밥에 익숙한 건 아니였다. 9년동안 매니저 일을 하며 직원관리 시절에는 나와 점심을 함께 하려는 동료가 없었다. 같은 직급 동기들이 많았을 적엔 함께 공통된 일을 해 치우고 매장 뒷편 오래된 노포식당에서 생선구이, 김치찌개, 남자 같은 고봉밥에 올린 계란 후라이를 함께 먹으며 점심시간을 보냈다.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나, 나는 꼰대가 아니고 함께 밥을 먹고 싶었을 뿐인데 식사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던 리더의 스케쥴대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새롭게 생긴 점심 메이트는 점장님 또는 매니저님들이였고, 음식 이야기 대신 다음주 행사 스케쥴과 주말 목표매출을 위한 달성계획 등으로 점심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함께 밥 먹는 친구가 있어도 좋았지만 한편으론 혼자가 편했다. 보고 싶은 영상을 보면서 대충 후루룩 때우고 30분이라도 두 다리 펴고 쉬고 싶었다. 


제일 먼저 물어봐 준 건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는 거였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질문이였고, 먹는 게 그렇게 중요했나 싶었다. 인사 치레로 하는 "언제 밥 한번 먹자." 같은 식사멘트는 그냥 웃어 넘겼다.

점심시간 1시간은 아직도 내겐 전쟁터 같고, 정신이 어지럽다. 어느덧 4개월차, 눈에 익는 손님들도 계시고

어떻게 준비를 해 놔야하는지도 대충 몸에 베였다. 내겐 전쟁터가 주방은 고요할리 없다. 

함께 전쟁을 치르고 나면 배꼽시계가 울린다.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는 건 남이 차려주는 밥이다.

대충 매장 메뉴 중 하나 먹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매주 새로운 음식을 해 주려는 마음이 감사하다.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매일 새로운 걸 해줄 수 있나, 드시고 싶은 거 있음 편하게 얘기하고 먹자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식구가 될 수 없고 가족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필요한 존재로 만나 일만 해 주고 그에 합당한 급여를 받으면 되는 간단한 관계로 정의내렸다.


피가 섞인 혈연은 아니지만, 우리 셋은 똑같이 '이'씨로 성이 같다.

그리고 배달현황, 오늘 중간 매출, 점심 고객층과 새로 출시한 메뉴 반응과 같은 일상생활을 공유한다.

특히 많이 남은 잔반량 또는 육수 맛의 일정함, 차를 가지고 오며 드시러오는 고객의 반응 등 서로 나눈다.

최근엔 테이블 서랍에 젓가락이 비어있었다. 덜커덕 서랍을 열어 젖힌 손님은 젓가락 좀 달라며 서랍이 비어있지 않냐며 언성을 높였다. 옆 테이블 수저통을 급히 드렸는데 주먹으로 한움큼 집어 들고는 동료들에게 나눠주는데 순간 살얼음 판이었다. 


혹시.. 언짢으신 일이 있냐며 묻고 싶은 내적 자아를 억누르고 한숨을 몰아 쉬었다. 

그래 식사하는데 젓가락이 없었으니 얼마나 불쾌하셨을까.. 기분좋게 식사 대접 하는 식당에 그는 왜 그리 화가 많았을까.. 생각하고 쉐프님이랑 대화를 했는데.. 빈 젓가락 통 보다 내게 무례하게 화낸 사람이 잘못했다며 단골이라고 했다. 와.. 내 편하나 생긴게 이렇게 든든할 일인가.. 


사실 우리 식당은 거의 셀프로 이뤄진다. 자주 다녀보신 분들은 음료도 직접 받아가시고 필요한 기본찬은 드실만큼 넉넉히 챙겨 드신다. 배달과 홀이 바쁜 상황에도 셀프로 앞치마도 챙겨가시고 가끔은 깨끗하게 그릇도 정리 해 두고 가신다. 이렇게 암묵적인 배려가 오히려 더 챙겨드리고 싶게 만든다. 


주방이 바쁜게 지나고 나면 홀 업무도 말없이 시작하니 이제 서로가 무엇을 할지 파악이 된다.

"쉐프님이 그 작업 해주니까 나는 다른 걸 더 신경써서 가득 채워둘께요~"

"네~ 이건 제가 여유있게 꽉꽉 만들어 놓을께요~"



가끔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장을 본다. 만두와 냉면 그리고 쉐프님이 좋아하는 비빔면

과일도 함께 나눠 먹고 싶어 수박을 사갔었는데, 베푼것에 2배를 돌려 받았다.

떡볶이는 참을 수 없으니 이번주는 떡을 사가볼까..

한창 맛있게 먹던 케이준 치킨샐러드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에 정말 뚝딱 하고 나왔다. 


그리고 반숙란은 항상 냉장고에 가득 삶아있다. 그렇게 곳간에 음식이 떨어지지 않게 채워두는 건

내 배고픔 만큼 타인도 생각하는 어미새의 마음이 아닐까..



밥 먹으면서 정드는 게 의미 있다. 남이 해 준 것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메뉴를 고르고 준비하며 한끼를 함께 하는 것이 식구라면 우리도 가족이라 정의 내려본다.


이전 05화 시급 500원 인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