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말고 내 삶을 살고 싶어.
남들과 조금은 특별한 나의 하루 시작은 오전 8시다. 회사출근 9to6 근무를 고수하는 동생이 집을 나서면 나는 엄마와 아침 준비를 하고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서른 아홉,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면 뒤에서 작은 한숨소리가 들린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소개해 준다는 그 집 아들 한번 만나보지 않을래?"
나의 결혼에 아직도 긍정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엄마와, 결혼 말고 세상에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먼저인 나의 갈등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관습에 따라 살아가면 내 스스로가 너무 일찍 우울증이 올 것 같다.( 나보다 열살 어린 쉐프님은 이미 유뷰남. 결혼이라는 큰 절차를 치뤘기에 항상 어른이라고 말한다) 다만 사회에 정해진 순리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몇번을 말해도 쉽게 납득하지 못하신다.
지고지순한 현모양처로 남편 하나 바라보고 자식들 건사하며 살아온 엄마에게 결혼 말고 다른 건 눈에 차지 않으신 모양이다. 딸의 결혼을 반대하는 친정 엄마들이 훨씬 많다고 들었는데 아닌건가..
나의 행복보다 여자의 길을 가라는 건 아직도 협의 되기엔 머나먼 이야기다.
작업실도 없어 도망갈 곳이 필요해서 고정 알바를 시작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우리 가게 제일 큰 고객층은 당연히 회사원이다. 그래서 점심시간 한시간이 제일 바쁘기도 하다.
고정된 시간에 업무루틴이 있어 자칫 나태해 질 수 있는 마음을 잡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 업무만 하다가 서빙을 보고 있으면 배달기사 건물주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무엇보다 지극히 낯을 가리는 i인 나는 몇개월간 가게 사장님과 쉐프님 하고 업무 외적으로 대화를 일절 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위해 점심을 만들어 함께 맛있게 먹는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고 느끼면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다.
월~수 또한 고정 루틴을 만들지 않으면 정말 홀 서빙 알바로만 남겨질 것 같다는 생각에 클래스 101을 통해
디지털 드로잉과 관련된 강의를 모두 수강했다. 굿즈로 수익화 하는 법, 나만의 그림체 갖는 법, 디지털 플래너를 활용한 시간관리 등 아웃풋을 위해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몇가지 씨앗을 뿌렸다.
무엇보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야 했고, 브레이크 타임 2시간을 활용할 계획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나의 서비스를 등록했다. 생각보다 그림이 쓰이는 곳은 무궁무진했고 그래서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작업하면서 나의 그림체를 알리기 위해 일러스트 그림그리기를 등록했다.
독학을 통해 다시 그림을 시작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드로잉 입문자를 위한 1:1 오프라인을 알바 출근날에는 오후 3시~5시로 잡았다. (상황이 되면 6시까지 봐주신다고 사장님과 협의됨)
호기롭게 시작한 서비스는 홍보를 했음에도 모집은 쉽지 않았고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다.
이미 진입장벽이 낮고 그림 그리는 서비스가 많아 포기하고 싶지만 이것 또한 언젠가 열매가 생기리라는 마음으로 활짝열고 기다리는 중이다.
그럼에도 나의 시간은 대부분 그림과 함께 보내도록 했다. 우연한 프로그램을 통해 손그림으로 키링과 냉장고 자석 굿즈도 만들고, 그래픽디자인으로 만든 패턴을 활용해 종이봉투 포장봉투 등을 만들었다.
배경으로 깔아둔 건 에코백이다. 지금 당장 만들어 판매하기에는 초기 제작비용이 부담되어 좋은 경험이었다라고 기억한다. 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분이 내가 산 패턴메이킹 작가님이셔서 싸인도 받았다.
처음 1인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종이 바인더로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다음 해야할 일들을 적어내려가면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해 준 똑비서 같은 도구다. 다이어리 꾸미기도 좋아했던 터라 디지털 플래너와 병행하면서 온라인 업무는 전부 전환했다.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 스티커도 만들어보고 직접 사용해 보면서 장단점 등을 기록하고 나누고 있다.
어릴적 문방구 주인이 부러웠던 나를 떠올려 온라인샵을 덜컥 개설했다. 디지털문방구 컨셉으로 노트류 스티커 등 신상품 기획중에 있으며 몇개는 샵인샵 플랫폼에 입점해서 판매를 먼저 시작했다,
그리고 다섯번째로 시도했던 건 전자책 출간이다. 하나의 주제로 열명의 작가님들과 집필을 했던 경험이 제일 크다. 글을 쓰고 나의 이야기를 담을 때 만큼은 설레고 신나고 즐겁다. 그래서 내가 보낸 사계절을 품은 그림과 이야기를 엮어 출간했다. (교보와 예스24에서도 절찬 판매중이지만 수익은...)
그래서 두번째 그림책을 준비중에 있다. 계속 쓰고 그리면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사람이 한 사람은 생기지않을까.. 열심히 계속 쓰고 그리기를 반복하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잘먹고 잘 지냅니다 :) 번외지만 쌀국수 알바라고 매장 메뉴만 먹지 않아요.
하나뿐인 고기돈까스, 여름철 별미 냉면, 중식의 대가 전가복까지 든든하게 잘 챙겨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