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고정수입이 간절한 반백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2월 오후 2시 오랜만에 면접이고 질문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복잡한 마음으로 가게 앞에 도착했다. 동네 골목에 위치한 노포 같은 느낌에 은은한 조명이 밝히는 내부로 들어가 입구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렸다. 노트북을 들고 내 앞에 젊은 사장님과 마주한 뒤 면접이 시작되었다.
사장님 : 지원 동기가 어떻게 되세요?
나 : 주 4일과 근무 시간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사장님 : 브레이크 타임 2시간도 괜찮으신가요?
나 : 네! 그 시간에 개인 업무 시간으로 활용하려구요.
사장님 : 고정 요일이 아니더라도 협의가 가능하신가요?
나 : 네! 주로 노트북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일정 조율이 가능합니다.
그 뒤로 앞으로 해야할 업무와 그동안 간간히 형부 가게에서 일했던 홀 서빙 이력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오고 간 뒤에 반나절 정도 근무 하기로 일정을 잡고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다. 근무조건은 평일 4일, 9시간 중 2시간은 휴게시간이라 실질적 근무는 7시간이다.
대부분 공고는 짧게는 3~4시간이였고, 거리가 있어서 교통비까지 감안했을 때 이윤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여기는 내가 잡고 싶은 간절한 동아줄이였다.
매장 총괄 매니저 근무시절,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알바 관리였다. 시급 9,860원에 근무하고 싶은 요일과 시간대를 맞춰 가며 업무 할당량은 더욱 고되었다. 그때 부터 책임감의 무게를 내려두고 정해진 업무에 최저시급으로 근무하는 알바가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 이상 승진의 거리는 한없이 멀어지고 있던 찰나, 코로나로 정리해고 1순위였던 나는 하루하루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점점 내가 하는 일이 평생 나를 책임져 줄 수 있을지 진지한 내면적 고민이 유지 되고 있었다. 단순히 그림이 좋아 시작한 일러스트레이터.
그림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플랫폼에 정성을 기울이지만 마음 편히 작업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자꾸만 작아진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살 수 없듯이, 나와 맞는 환경을 찾아 즐겁게 사는 것도 나쁜건 아니지 않을까?
알바공고를 내는 사장님도 치솟은 시급에 최선의 선택을 했을 터, 마음만 맞는 직원으로 안정화 되면 결국 양쪽다 이득이 되는 셈이니까.
친구와 함께 쓰던 작업실을 정리하던 시점, 주 4일은 고정수입에 안정감으로 3일은 내 작업 루틴을 찾기로 방향을 정했다. 그러려면 먼저 반나절 근무를 통과해야 한다!
현 시점 모든 식당이 그러하듯 배달은 기본이다. 형부 가게에서는 가족이고 저녁 장사여서 술 손님들이 많아 대부분 주방보조로 보도록 배려해줘서 마무리로 치우고 설거지 보조 정도만 했지만 현실은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가야 한다. 배달주문시 챙겨야하는 소스와 메뉴 숙지, 업무 메뉴얼 위주로 테스트 하며 그렇게 4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갔고, 쌀국수와 반미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퇴근했다.
"채용이 확정 되었습니다"
부업이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잘 버텨내자. 늘 해 왔던 것 처럼 성실히 하면 되겠지...
그렇게 알바 적응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