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물었더니 고민도 하지 않고 답했다. 집을 산다거나 여행이나 쇼핑을 말할 줄 알았다.
사람들은여유가 있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데에 돈을 쓴다. 맛집이나 여행을 다니고 최애를 덕질한다.일을 안 하고 편하게 살면 가장 좋지만 어렵다.
일에는노력에대한 결과물이 따른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선 노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편하게 일한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행복해지기 위해 하기 싫거나 불편한 일을 감내해야 한다.
그 사람들은 바다를 마치 경쟁 상대나 때로는 일터로, 심지어는 원수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고, 크나큰 은혜를 베풀어주거나 혹은 거부하기도 하는 대단한 존재를 여겼고 만일 바다가 거칠어지거나 심술궂게 굴어도 그건 바다도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_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책 『노인과 바다』에서 어부 노인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었다. 바다를 여성으로 여겼다. 사람들이 바다가 잠잠할 때 그렇게 불렀지만 노인은 항상 그랬다. 바다가 무섭게 굴 때도 희망이 있는 곳으로 여겼다. 단순히 노인의 긍정적인 말로 여기면 안 된다. 노인이 바다를 여성이라 했을 때 이미 84일째 고기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해야만 하는 일에 끌려간 게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이끈 것이다.
항상 나가는 바다였지만 힘이 부칠 때가 있었다. 고기를 잡지 못할 때였다. 그리고 미끼를 물은 고기가 너무 무거워 낚아 올릴 수 없는 순간이었다.
그토록 사랑하던 바다도 노인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줬다. 큰 물고기가 미끼를 물어 오랜 시간 사투했다. 그러나 피 냄새를 맡고 상어가 나타나 다 물어뜯었다. 결국 물고기의 뼈만 가지고 돌아가게 되었다. 노인은 허탈했다. 남은 힘을 다 쏟았지만 고기를 낚지 못했다. 충분히 절망하고 포기할만했다.
내가 글을 쓰면 무조건 책이 될 줄 알았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재능이 있는 것도, 유명한 사람도 아니었다. 의무적으로 글을 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글쓰기는 내게 취미일 뿐이었다. 하고 싶을 때 했고, 하기 싫으면 멀리했다.
취미와 노동은 다르다. 노동은 스스로 책임지고 결과를 나오게 해야 한다. 출간을 위한 경제 활동이 필요했다. 아이들에게 독서 지도를 했다. 틈틈이공모전에도 글을 보냈고 꾸준히 글을 썼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학업도 노동과 비슷하다. 내가 한만큼 결과가 나와야 한다. 게다가 하고 싶지 않은 과목을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과목을 잘해야 원하는 대학에 갈 가능성이 커진다. 고통스럽게 공부하지만 때로는 성적이 좋지 못할 때가 있다.
저 거대한 바다에는 우리의 친구도 있고 적도 있다. 그러나 침대는. 침대는 나의 친구다. 오직 침대만은. 침대는 대단히 좋은 것이야. 몸이 지쳤을 때 편하게 쉬게 해 주지. 침대가 얼마나 안락한 것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거든. 그런데 자네는 모두에게 그토록 패배했는가. ‘아무것에도 패배하지 않았어. 내가 지나치게 멀리 나간 것뿐이야.’ _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노인은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고도 바다를 미워하지 않았다. 삶도 그렇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이기거나 진다. 내가 경쟁에서 진다고 해서 세상을 미워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원망한다. 내가 아닌 다른 곳으로 이유를 돌리고 싶기 때문이다.
노인은 하고 싶은 일을 떠올렸다. ‘침대’를 친구라 했고 그리워했다. 쉼이 간절했다. 침대는 일한 만큼 보상받는 선물 같았다.
쉼 없이 일할 수 없고, 오랜 시간 쉬기 힘들다. 균형 있게 일과 쉼을나눠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기 싫은 일은 하고 싶은 일과 연결된다. 하기 싫은 일을 하면 하고 싶은 일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만든다.
내가 하는 일 중 고통스러운 순간을 견뎌내고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내일이라는또 다른 기회가 있어 견뎌낼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숨 쉴 수 있다.
때로는 노인처럼 고생해도 아무것도 건지기 힘들 때가 있다. 잘 되지 않더라도 실패자가 되는 게 아니다. 노력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내 잘못이 아니다. 돌아가는 것 같아도 방향이 맞다면 괜찮다. 노력은 나만의 노하우로 쌓여갈 것이다. 실망하지 않고 매일 바다로 나간다면 다시 물고기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