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 고생을 두 번이나 반복하고 싶지 않다. 좋은 일보다 아픈 시간이 더 길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지금 만족하는 삶이어서 아니다. 그저 내가 선택한 것들에 감사하고 시간의 끝을 향해서 가고 싶다.
과거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경험으로 어떤 행동과 말이 결과로 나타나는지 어느 정도 데이터가 있다. 경험이 실수를 덜게 만들어준다.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간다면 어떨까. 아마 원치 않는 미래를 보고 더 후회할지도 모른다. 과거도 미래도 내 힘으로 갈 수 없지만 이미 만났고, 만나게 될 운명이다.
책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의 남자 주인공 엘리엇의 눈앞에 30년 후의 자신이 나타났다. 엘리엇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으로 30년 전 죽은 여자 친구를 다시 살리고 싶었다.
뭐든 대가 없이 치러지는 건 없다. 과거를 바꿀수록 현재의 내가 소중한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든 아니든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내 사랑에 후회는 없었어.”
주위 사람들 중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 후 했던 말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사랑을 했다고, 아쉬운 게 없다고 했다.
후회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해본 것에 대한 후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두 가지 다 선택에 대한 미련이다. 아마 후회 때문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그때 좀 더 잘할걸. 그때 다른 선택을 할걸.’ 해본 것에 대한 후회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당시엔 돈이나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미룬다.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모른다.
엘리엇이 그랬다. 곁에 있을 땐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다. 연인이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다.
자네는 인생이 한참이나 남은 것처럼 일리나를 대했지. 하지만 사랑은 그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네. _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엘리엇은 연인을 더 사랑하지 못했고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 죽음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내가 막기 힘들고, 혹 막는다고 해도 고통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살아가면서 고통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말을 한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반복되며 일어난다. 만약 운이나 운명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어떨까. 적어도 과거로 돌아가 선택을 바꾸고 싶진 않을 것이다.
바로 어제를 잘 기억하고 내일을 궁금해하면서 정작 오늘을 잘 살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 왜 그리 과거에 집착하고 후회하며 힘을 빼는 걸까. 아마 내가 더 잘했으면 현재가 바뀌었을 거라는 미련 때문일 것이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운명이 결정한 것을 따라야 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 아니던가? 산다는 게 다 그런 건지도 모르지’ 죽음의 물결이 두려움에 떨며 어둠 속에 갇힌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_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두려움 때문이다. ‘시도해서 실패하지는 않을까, 좌절하지는 않을까’ 시작조차 못한 것이다.
엘리엇은 여자 친구의 운명을 바꿨지만 서로 이어지지 못했다. 정작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잃었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 중 아쉬운 하나가 '학창 시절에 책을 좀 읽을걸'이다. 누군가는 너무 열심히 살아서 죽음 앞에서 후회한다는데 나는 반대다. 대학만갈 정도면 된다고 안일하게 공부했고, 책을 멀리했다. 만약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많이 했으면 지금보다 더 잘 쓰지 않았을까. 지금의 독서와 학창 시절 독서와는 다르다. 시기마다 흡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어차피 돌아가지 못하니 쓸데없는 바람을 늘어놨다.
살면서 안일해지면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들을 떠올린다. 나는 언젠가는 죽을 것이고 바로 내일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당장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고 싶지만, 가슴은 한 글자라도 더 남기라 한다.
오늘이 내일이 되면 어제가 되는 줄도 모르고, 매일 내일이 올 줄 알며 살고 있다. 후회하며 발목을 잡히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면 어떨까. 어차피 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지나간 사랑도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에서 아무리 싸워도 불가항력인 일들이 있는 것이다. 죽음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미래란 점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미 나있는 길을 따라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과거, 현재, 미래는 숙명이라는 끔찍한 이름 앞에 처절하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_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