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유신 Oct 03. 2024

일, 어디까지 해봤니 『갈매기의 꿈』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작가가 되기 전엔 다양한 직업을 가져보지 못했다. 호텔리어, 서비스업, 쇼핑몰 작업, 독서 지도사로 일했다. 나는 한 번도 많은 사람 앞에 서 본 적 없다. 평소 서너 명 앞에서도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목소리가 부르르 떨린다. 그러나 앞으로 기회가 온다면 뭐든 해보고 싶다. 글과 관련된 일을 폭넓게 하고 싶다.

 때로는 잘하는 일이 아닌 해야만 하는 일에 종종 맞닥뜨린다.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만 할 수 없다. 사람 일은 참 모른다. ‘책은 가까이도 안 했어요.’ 했던 내가 반짝반짝한 눈으로 글을 쓰게 될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삶에서 어떤 기회가 내 삶을 이끌지 장담하지 못한다.


 책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은 꿈이 있는 갈매기였다. 다른 갈매기는 먹이를 찾아 날지만 조나단은 날아다니는 자체를 좋아했다.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다양한 비행 연습을 했다. 원하는 목표를 위해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른 갈매기들은 먹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기에 조나단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생활을 거스르는 조나단의 행동이 무책임하다고 다른 곳으로 쫓아냈다.    

 조나단의 연습은 헛수고가 아니었다. 공중에서 잘 수 있었고, 1백 마일이나 날 수 있었다. 연습은 일상생활까지 편하게 만들었다.


  그의 유일한 슬픔은 고독이 아니라, 다른 갈매기들이 눈앞에 펼쳐진 비상의 영광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눈을 감은 채 보기를 거부한 것이었다. _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남동생은 경영학을 전공해 금융기관 투자가로 일하고 있다. 평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서 다들 동생을 행운아라 했다. 옆에서 지켜본 내 생각은 달랐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 꾸준히 성실했다. 원하는 목표를 위해 공부해 왔다. 그동안의 공부 양을 지켜봤다면 절대 행운아라 여기지 않을 것이다. 대학 시절은 사회생활의 연장선이라 생각해 수석까지 차지했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건 중요하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사실이 아닌 구설수에 오르거나 슬럼프가 오기도 했다. 

 사회생활은 장애물의 연속이다. 스스로 역량을 충분히 발휘했더라도 알 수 없는 난관이 닥칠 수 있다. 주위 환경이나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실력이든 내공이든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는 힘을 가져야 한다.


  플레처는 비행 생도로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웠다. 그는 공중에서 강하면서도 경쾌하고 또 아주 재빨랐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비행법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그는 지금과 같은 순간을 맞은 것이다. _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



 조나단이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가 되었을 때 플레처를 만났다. 플레처는 조나단처럼 잘 날고 싶어서 갈매기 무리에서 추방당했다. 곧 조나단의 제자가 되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훈련이 중요하다.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 해낼 수 있는 자신감과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조나단은 쫓겨난 갈매기 무리들에게 다시 돌아갔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 걸 알았고 싸움이 날 수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갔다. 조나단의 비행을 본 몇몇 갈매기들이 비행을 배우기 위해 몰려들었다.

 어느 날, 플레처가 연습하다 절벽에 부딪혔다. 그 후 갈매기들의 반응이 놀라웠다. 조나단이나 플레처에게 마침 불행이 일어나길 바란 갈매기가 있다는 거였다. 그럼에도 조나단은 그들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인간의 본능은 주위 사람들이 잘되지 않길 바란다고 한다. 오래전 선조들이 더 좋은 자원을 가지고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살아왔다. 자기가 가진 것을 지키려 했고, 더 좋은 것을 가지려 했다.

 조직 사회도 경쟁 사회다. 뒤처지면 비난받고 잘하면 넘어가는 세계다. 하지만 혼자만 살기 위한 길이 아니다. 나도 살고 너도 살아야 한다.

 생이 신입사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맡은 적이 있다. 자신만에 노하우를 가르치는 게 즐겁다고 했다. 일을 지속하는 힘은 다음을 향한 기대감이다. 다른 사람까지 이끄는 책임감이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든다.

 누군가가 잘 되는 일에 박수치기는 힘들다. 시기하고 미워하는 대신, 배울 점을 찾거나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다.

 동생이 그 분야에 오랜 시간 살아남은 이유가 있다. 묵묵히 자신의 맡은 일을 열심히 한 것, 일이 잘 될 때도 있지만 안 될 때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해도 같이 비난하지 않았다. 그 후 직원들의 블라인드 평가에서도 업무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는 직원이 되었다.

 내가 가는 길에서 얻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사람으로 이어져야 한다.



저자 리처드 바크 / 출판 민중출판사


이전 20화 상실, 또 다른 모험 『메이블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