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하기 싫은 건 운동이다. 학창 시절 달리기나 몸 쓰는 운동은 다 못했다.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못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어차피 해도 결과물을 얻기 힘들고 못해서 안 한다고 생각했다. 운동엔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고 좋은 결과물이 있어야 했다.
10년 전부터 글을 썼지만 쓰다 말다가 하며 쓰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았다. 항상 내 목표는 거대했다. 제대로 된 글을 써놓은 게 없으면서 일 년 뒤에 출간이 목표였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일 년 안에 5kg 살을 빼는 게 목표였다. 당연히 일 년 뒤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게으름이 원인이라며 자책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기만 했다.
‘별것 아닌 것이 별 게 아니다.’라고 알게 해 준 책이 『습관의 재발견』이다. 저자는 작은 습관이 매일의 성공을 보장한다는 걸 깨달았다. 저자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팔 굽혀펴기 한 개로 시작했다고 한다. 순간 웃음이 나왔지만 생각해 보면 하나도 하지 않는 나보다 나았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습관 시스템은 놀라울 정도로 큰 성과를 가져다준다. 일단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추가로 더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마음속으로는 이미 이런 긍정적인 행동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작하는 데 심적인 거부감이 별로 들지 않는다. _스티븐기즈 『습관의 재발견』
7,8년 전부터 글을 꾸준히 쓰게 되었다. 거의 매일 썼다.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힘은 ‘하찮을 정도로 조금만’이었다. 매일 한 페이지를 써야 한다고 계획하면 미리 힘 빠질까 봐 하루에 단 세 줄만 쓰는 게 목표였다. 세 줄은 전혀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한 줄 쓰기도 어려워 컴퓨터 모니터만 멍하니 보다가 시간을 그냥 보내기도 했고, 어떤 날은 더 쓰기도 했다. 그저 무작정 썼다. 누구한테 말하기도 하찮을 정도의 양과 유치한 내용이었다. 몇 달이 되니 꽤 많이 쌓였다.
글쓰기와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5분이 목표였다.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동작들이었다. 처음엔 5분도 쉽지 않았다. 평소 운동이라면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어해 적은 양이라도 부담이 되었다.일 년 정도는 하는 건지 마는 건지 급하게 5분을 채우고 끝냈다.
2년 뒤쯤 20분 운동을 하게 되었을 때 놀랍게도 여전히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피곤하면 안 해도 된다는 핑계가 생기지 않을까,할 정도로 하고 싶지 않았다. 주위에서 너무 하기 싫을 땐 쉬어도 좋다고 했지만 나는 나를 잘 알았다. 하루 쉬면 이틀, 사흘 쉬고 싶을 거라는 것을. 그러다 영영 하지 않을 걸 알았다. 그래서매일 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 흔히들 21일이 걸린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21일이 아니라 기간이 없다. 당장 며칠 쉬면 이제껏 쌓아온 습관이 와르르 사라질 것이다.내게 습관을 만드는 시간은 매일이다.
동기는 믿고 의지할 수 없다. 그것이 당시의 감정과 느낌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이 유동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미 몇 세기에 걸쳐 증명되었다.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당신의 감정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_스티븐기즈 『습관의 재발견』
MBC
김연아 선수에게 슬럼프가 와도 '해야 돼. 그냥 가야 돼.'하며 운동했다고 한다. 하기 싫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냥 한다' 며 연습을 지속했다.
선수의 운동량은 상상조차 힘든 양이지만 우리 삶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운동은 즉각적인 효과를 보기 힘들어 종종 힘이 빠진다. 체력이 좋아지는 걸로항상 동기부여를 하기 힘들다.
운동을 시작한 지 7년 정도 되는데 매일 한 시간 정도 하고 있다. 여전히 흥미가 없지만 달라진 게 있다. 하기 싫다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하기 싫은 날엔 ‘오늘 운동하기 싫다.’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한다. 진짜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희한하게 막상 들으면 속이 후련하다. 그리고 어느새 몸이 움직인다. 처음부터 하찮고 사소한 양이었으니 그 정도만 하자고 시작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목표를 향해 최대한 많이, 그리고 최대한 자주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최초의 움직임이 정말로 쉬워야 한다. 그것이 어떤 일에서든 가장으로 맞닥뜨리는 거부감의 장벽이기 때문이다. _스티븐기즈 『습관의 재발견』
인내와 끈기가 부족해 공부를 잘하지 못하던 나였다. 그런 내가 매일 글 쓰고 운동하고 있다.
공부가 주된 일인 학생과는 좀 다르다. 나는 많은 양을 한 번에 하지 않아도 되는 움직임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조금씩 쌓아가는 건 비슷하다
꾸준히 해야 하는 외국어 공부엔 적용할만하다. 하루 5분이 10일이면 50분 한 달이면 150분이 된다. 매일 세 줄 쓰기가 10일이면 한 페이지가 되었고,일 년이 되니 한 권의 책만큼 되었다.
내게는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이 그다지 없다. 그저 매일 쓰고 운동할 뿐이다. 누구보다 많이 할 자신은 없지만 계속할 것이다. '조금씩 꾸준히'는 잘할 수 있다.습관엔 하찮은 양이 없다. 다만 시작하지 않는 게 하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