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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유신 Oct 07. 2024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고?! 『사랑의 기술』

이별보다 두려운 것

 나는 결혼은 누구나 하는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 생각한다. 아마 내가 결혼을 했더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도 별수 없이 미혼 입장에 서게 된다.

 결혼한 친구와 대화하다가 자신은 비혼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반드시 결혼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나중에 나이 들어서 외로우면 어떡해.”

  혼자면 처량해 보인다는 것이다. 혼자면 외롭다거나 자식이 있어야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외로움 때문에 결혼하는 거라면 결혼한 사람들은 외롭지 않을까. 부부 사이가 좋으면 덜 외로울 순 있어도 아예 피해 갈 수 없다.

  내 생각엔 결혼 문화에서 아직 남 시선이 중요해 보인다. '너는 아직도 혼자야? 만나는 사람 없어? 소개해줄까?' 옆에서 듣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다. 남의 사랑이나 결혼에 왜 그리 간섭하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결혼도 사랑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사랑은 아주 복잡하고 이해되지 않는 서로의 감정들을 보듬어주는 것이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사랑은 상대를 아끼는 마음이 지속되는 상태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대를 생각하면 즐겁고 가슴 뛰는 게 사랑일까? 이런 일시적 감정은 사랑이 아니고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닌 노력이 필요한 기술이라고 한다.


    

 두 사람이 친해질수록 친밀감과 기적적인 면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적대감, 실망감, 권태가 생겨나며 최초의 흥분의 잔재마저도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 그들은 이러한 일을 알지 못한다. 사실상 그들은 강렬한 열중, 곧 서로 ‘미쳐버리는’ 것을 열정적인 사랑의 증거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그들이 서로 만나기 전에 얼마나 외로웠는가를 입증할 뿐이다. _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사랑에 한 번 빠지면 모든 걸 다 쏟아붓는 친구가 있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폭력성이 있었다. 친구에게도 점점 정체를 드러냈다. 분명 주위에선 반대했고 스스로도 아닌 걸 알지만 헤어지지 못했다. 함께하며 좋았던 적이 많았다고 한다. 자신이 받는 아픔보다 이별을 두려워했다. 헤어지더라도 다시 외로워지는 게 두렵다고 했다.

 마음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지속되는 사랑은 내 인생에 다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서다. 눈앞에 외로움 때문에 희미한 사랑을 선택한다. 자기 자신 안에 이별 다음으로 더 행복하다는 그림이 없는 것이다.

 이별이 두려운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마주하기 싫은 것이다. 버림받는 두려움, 사랑에 실패했다는 좌절감으로 휩싸이는 게 두려운지도 모른다. 이별보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다.

 인생에 다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감정을 피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본다. 사랑하는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인 걸 인지한다.


 

 자아도취의 반대 극은 객관성이다. 이것은 사람들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이고, 이런 객관적 대상을 자신의 욕망과 공포에 의해 형성된 상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_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사랑의 결과물이 결혼은 아니며 무조건 행복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내게서 출발한다.

  '혼자서도 행복한 사람은 둘이 되면 더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비슷하게 풀어보면 '내가 성숙하면, 사랑도 아름다워진다.'는 의미가 된다.

 사랑은 하나로 정의 내리기 힘들다. 에리히 프롬의 말처럼 나를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훈련이다. 사랑에 빠지는 건 쉽지만, 제대로 사랑하려면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사랑은 자기만에 고유한 감정과 언어로 만들어지길 원한다. 내게 사랑은 더 큰 세상으로 가는 문이다. 문을 열기 전엔 막연히 기대되고 설레지만, 문을 열고 나가면 현실이다. 가까운 미래엔  사랑의 언어가 반짝이는 단어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저자 에리히 프롬 / 출판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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