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님 May 10. 2021

책방 일기 21. 05. 09

일요일의 책방

1. 출근해 책 주문을 넣고, 주간 일정표를 정리한 후 오랜만에 책을 펼쳤다. 일요일은 일부러라도 약간의 여유를 부리는 날이다. 이틀 전 도착한 <긴긴밤> 은 빨리 읽고 싶어 곁에 둔 책이다. 시작부터 몰입이 되는 바람에 여러 페이지에서 눈물이 났다. 손님들이 내가 우는 걸 알면 그 책방지기 참 이상하다 할까 봐 들키지 않으려고 울음과 콧물을 삼켰다. 코끼리 무리에서 자란 코뿔소의 일생을 그린 책인데 내용과 그림이 너무 아름답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 버금가는 추천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떡하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리뷰로 소개할 예정이다. 책볼 시간이 없는 책방 주인이지만 일주일에 하루라도 이렇게 짬을 낼 수 있고 좋은 책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2. 책방을 하면서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손님들을 아주 가끔 만난다. 세네 시간 공간에 머물며 책도, 음료도 사주지 않는 손님이 그렇다. 한두 번쯤이야 그럴  있다고 생각했지만 매번 그렇게 서너 시간 공간에 머물다 인사도 없이 가는 손님들을 보면 괜시리 섭섭한 마음이 든다. 얼마 전에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자녀만 책방에 두고 볼일을 보고 와서는 인사도 없이 나간 손님도 있다. 오늘은 손님  분이 들어왔기에 가시는 길에 카네이션 다발을 가져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자리에  앉았는데 꽃만 골라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런 뒷모습을  때면 눈이 시려워 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인사라도 하고 가지 그런 마음이다. 나는 인사에 집착하는 꼰대인건가. ^^;;)

태재 작가님의 <책방이 싫어질 때>라는 책에는 좋은 손님과 나쁜 손님의 구분이 여실히 읽히고, 나쁜 손님에게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좋은손님에 집중한다는 맥락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하겠지. 모두를 끌어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공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에 아쉽다. 아무튼 책방지기의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솔직히 말해 딱밤을 한 대 때려 주고 싶다. ^^;; (오늘의 헤드라인, 탱님 기록 5일째 폭탄 발언!!!)

일주일 잘 살아냈다. 다가올 한주도 우리 모두에게 걱정할 일이 없기를. 저는 내일 귀요미들과 하루 쉽니다! 오늘은 기록을 하지말까 유혹이 많았는데 미션을 완수했습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기록을 쉴지 말지 아직 모르겠어요.


추신 : 카네이션은 다발 10개 정도가 남아 꽃병에 꽂아두었어요. 수익금은  잘 전달하였습니다. 이로써 손님들 덕분에 카네이션 대란이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네요. ^^


팔로워 : 5,734명

매출 : 약 23 만원


공들여 퇴고할 수 없어 가볍게 씁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 일기 21. 05. 0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