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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맹상점 Jun 15. 2024

쓰레기 제로를 담은 물음표 모양의 숙소

카미카츠에서 하룻밤, 호텔 WHY



* 지난 이야기: 카미카츠는 어떻게 제로 웨이스트 마을이 되었으며, 어떤 방법으로 분리배출을 하고 있을까? 



일본의 제로 웨이스트 마을 카미카츠를 방문한 알맹지기들은, 이곳의 역사와 분리배출 체계(이전 글을 참고해 주세요!)를 배우고 체험했다. 머리와 마음을 꽉 채웠으니 이제 몸에 긴장을 풀고 쉴 차례다! 비행기 또는 배, 버스, 마을 택시… 갈아타고 갈아타 찾아온 카미카츠인데, 당일치기로 둘러볼 수는 없지 않은가. 하루이틀 묵어가는 외부인이 밤을 보낼 곳이 이 산골 마을에 과연 있을까, 의심스러울 수도 있겠다. 있고말고! 지금부터 제로 웨이스트 숙소, ‘호텔 와이’를 소개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멋짐과 세심함으로 ‘제웨러’들의 취향을 저격할, 카미카츠의 명물이다. 



카미카츠에서 쉬기, 호텔 와이


‘호텔 와이’는 제로 웨이스트 센터와 한 공간에 있다. 아래 카미카츠 제로웨이스트 센터 건물을 위에서 찍은 사진을 가져왔다. 물음표의 시작점에 고미 스테이션, 중간에 호텔 로비와 공유 오피스, 끝 부분에 호텔 방이 있다. 


[사진 출처: 호텔 와이 홈페이지. https://www.chillnn.com/177bcc0b991336]


센터 전체 인테리어가 통일돼 있다. 어느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던 절로 셔터를 누르게 된다. 건물은 모두 마을 자원을 재활용해 지어졌다. 나무는 마을에서 나는 삼나무다. 폐가에서 나온 것을 기증받아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창문, 자전거 바퀴와 삽 등 생활 폐기물을 활용한 간판, 깨진 도자기를 타일로 마감한 바닥, 신문지를 콜라주한 벽지와 깡통에 돌을 채운 벤치 다리 등 곳곳의 디테일이 모두 쓰레기 아트다. 


체크인을 위해 리셉션을 찾자마자 알맹지기들 모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화려한 샹들리에 때문이다. 쓰레기가 될 뻔했던 색색의 유리병이 모여 독특한 멋을 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건 사진으로 남겨야만 해! 


제각각의 쓰레기로 이루어진 간판과 폐가에서 나온 창문. [사진: 왼쪽 예람, 오른쪽 혜몽]
깨진 도자기가 섞인 바닥과 버려진 유리병으로 만든 샹들리에. [사진: 예람]


호텔 로비 공간에는 ‘쿠루쿠루 샵’이 함께 있다. 분리배출하려고 고미 스테이션(: 카미카츠의 분리배출장. 이전 글 참고)으로 가져온 것들 중,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여기 모인다. 알맹상점 물건 공유 선반보다 훨씬 크고 정리된 상태지만, 유사한 콘셉트이다. 가구처럼 큰 물건들은 건물 바깥쪽에 둔다. 안쪽에는 옷, 그릇, 책 등이 정갈하게 진열돼 있다. 이곳에서는 한 달 동안 교환된 재사용 물건의 무게를 달아 기록해 놓는다. 여러 달 동안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면 분리배출한다. 단지 물건을 처리하는 곳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이다.  


쿠루쿠루 샵의 내외부. [사진: 예람]
호텔 와이의 리셉션. 한 달 동안 교환된 물건의 무게가 나무판에 적혀 있다.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배우며 휴식을 가지는 공간” 

공식 홈페이지에 적힌 소개다. 호텔 와이에서는 일회용품을 제공하지 않는다. 체크인할 때 비누를 스스로 쓸 만큼 잘라 가져가고, 찻잎과 원두는 직원 분이 다회용기에 덜어 주신다. 수건, 샴푸, 그릇은 객실에 준비돼 있다. 기타 생활용품은 미리 챙겨가면 좋다. 


카미카츠 답사를 계획하며 알맹지기들이 가장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가 호텔 와이였다. 가 본 소감은? 기대 이상! 카미카츠 방문 후 근처 도쿠시마 등의 도시에서 묵는 옵션도 있지만, 이왕이면 이곳에서 1박을 해보기를 권한다. “숙박료가 저렴한 편도 아닌데, 왜?” 그 까닭은 차고 넘친다. 사심을 조금 얹어 정리해 보았다. 


호텔 와이의 외관과 객실 문. [사진: 예람]
사용할 비누를 직접 자르는 모습과 숙박시 제공되는 찻잎과 원두. [사진: 왼쪽 연우, 오른쪽 예람]



호텔 와이, 왜 좋을까?


하나, 본인이 배출한 쓰레기를 고미 스테이션에서 분리해 볼 수 있다.

직접 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공부는 없다. 호텔 와이에 체크인하면 프런트에서 분리배출함을 받게 된다. 묵는 동안 나오는 폐기물을 분류해 넣는 용도다. 체크아웃할 때 고미 스테이션에서 45종 분리배출 시스템을 직접 익혀본다. 알맹지기들은 요 쓰레기 분류를 해보고 싶어 부러 포장된 과자를 사들고 카미카츠에 들어왔다. 물론 깨끗한 상태로 배출해야 한다. 남은 한 조각까지 다 먹기, 봉지를 물로 헹궈 말리기는 기본!


숙박객용 분리배출함. 저희가 버린 쓰레기는 아닙니다 :) [사진: 왼쪽 예람, 오른쪽 금자]


둘, 시간적 여유를 갖고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 

호텔 와이 건물은 제로 웨이스트 센터 안에 있다. 바로 옆에는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쿠루쿠루 공방’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로컬 농산물 직판장인 '이뀨자야'가 있다.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공간과 마을 곳곳을 가까이 두고 둘러보고 싶다면, 호텔 와이를 숙소로 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셋, 안팎의 인테리어가 멋진 객실. 깔끔하고 편안하다.

호텔 와이는 나무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겉의 페인트는 고급스러운 와인색이다. 객실이 원형으로 배치돼 있는데, 이것 또한 매력포인트다. 문을 열면 깔끔한 복층 구조의 내부가 보인다. 문 안쪽도 그냥 넘길 수 없다. 신문지 콜라주 벽지가 빈티지한 멋을 뽐낸다. 따로 색을 칠하지 않은 내벽에는 나무 결이 살아 있다. 1층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거실과 욕실이 있다. 화장실은 2층, 욕실은 1층에 따로 있다. 욕실 옆에는 조그마한 데스크가, 소파 옆에는 캐비닛이 있다. 돌로 만들어진 귀여운 손잡이를 잡고 캐비닛을 열면 빈티지 식기와 커피 포트가 보인다. 절로 모닝커피가 땡기는 디자인이다. (체크인 때 원두를 거절했다면 서운해질지도 모른다.) 나무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의자와 커피 테이블이 있다. 바닥에는 청바지를 재활용한 조각보가 매트로 깔려 있다. 혹시 나중에 개인적으로 방문하게 된다면, 꼭 여기 널브러져 여유롭게 책을 읽겠다고 결심했다. 곳곳의 아기자기한 소품도 취향저격. 


호텔 와이 객실 내부 풍경. [사진: 예람]


넷, 밤하늘이 끝내준다.

안팎으로 조용하고 공기가 깨끗하며 녹음이 푸른 호텔 와이. 한밤중에는 또 다른 멋이 있다. 맑은 날에는 사막에서 올려다본 하늘처럼 별이 눈부시게 쏟아진다. 6월 초 2주 정도는 운이 좋으면 반딧불이도 볼 수 있다. 6월에 카미카츠를 방문한 알맹상점 후발 팀이, 그 귀하다는 반딧불이를 떼로 만나고 왔다. 


다섯, 조식이 맛있다.

신선한 지역 농산물을 로컬 식당 셰프의 레시피로 조리하는데 맛없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뒤에서 소개할 ‘라이즈앤윈(RIZE&WIN)’에서 만든 메뉴로, 물살이(해산물)까지 사용하는 채식(페스코 베지테리안)이다. 맥주 제조 과정에서 남은 보리박을 푸드 업사이클링한 그래놀라가 요거트와 곁들여져 나온다. 6세 이상 어린이부터 먹을 수 있다. 비건식은 샐러드로 준비되며, 원할 경우 미리 예약해야 한다. 


호텔 와이의 조식 메뉴와 실물. [사진: 예람]


깨끗하고 푹신한 이불에서 푹 쉬고 난 알맹지기들은, 테라스를 활짝 열고 햇살을 즐기며 조식을 음미했다. 스탠리 포트에 원두를 내리고 우아한 도자기 잔에 커피를 받아 놓으니, 플레이팅마저 맛난 조식 세트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아침식사가 이리도 즐거운 일이었던가!                     


          

알아보기: 호텔 와이 예약하기


https://www.chillnn.com/177bcc0b991336


위에 링크로 걸어둔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방 하나당 4인까지 묵을 수 있고 어린이도 한 명으로 센다. 안타깝게도 반려동물은 들어올 수 없다. 


산 쪽 방 둘과 호수 쪽 방 둘 중 고를 수 있다. 알맹지기는 산 쪽 방에 묵었는데, 뷰는 좋지만 베란다 창을 열면 바로 도로다. 조금 더 프라이빗한 룸을 원한다면 호수 쪽을 추천하지만, 살짝 더 비싸다. 물론 산 쪽 방도 커튼을 칠 수 있고 차가 많이 다니는 편은 아니다. 


맑은 날, 호텔 와이 근처에서 본 카미카츠의 밤하늘. [사진: 예람]






* 다음 글에서는 카미카츠 로컬 식당과 마을 안 볼거리를 소개합니다.


글ㅣ알맹지기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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