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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맹상점 Jun 15. 2024

어떻게 분리배출하길래 쓰레기가 안 나오는 거야?

제로웨이스트 타운 역사와 쓰레기 분리배출 체계



* 지난 이야기: 알맹지기들이 드디어 일본 제로웨이스트 마을, 카미카츠에 도착했다! 



‘호텔Y’에 짐을 풀자마자, 알맹지기들은 공부를 시작했다. 첫날에는 ‘스터디 와이(STUDY WHY)’ 프로그램에 참가해 센터 직원분의 설명을, 이튿날에는 전 대표였던 카사마츠 선생님, 그리고 현재 마을 활동가 후지이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머릿속이 알차게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통역 가이드 선생님께 새삼 감사하다.) 이런 배움은 널리 나눠야 한다는 마음이 절로 솟아, 메모 또 메모했다. 아래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카미카츠는 언제부터 어떻게 해서 지금의 제로 웨이스트 마을이 되었을까? 현재 자원순환을 어떤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을까? (궁금하시다면 계속 읽어주세요! )



1. 카미카츠, 지금의 제로 웨이스트 타운이 되기까지 


1997년까지 카미카츠에서는 ‘쓰레기 제로’는커녕 대부분의 쓰레기를 대놓고 태웠다고 한다. 임업이 발달한 곳이라, 나무와 함께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의 배출량이 늘며 점점 소각으로 처리하기 힘들어졌고, 유해가스 발생도 더욱 잦아졌다. 규제가 강화되자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1998년, 카미카츠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소각장을 둘로 나누어 음식물 쓰레기와 다른 쓰레기를 따로 태웠다. 하지만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문제로 이 소각장은 폐쇄되었다.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인 ‘800도 이상 고열로 24시간 운영되는 소각장'을, 카미카츠처럼 작은 마을에서 막대한 재정을 들여 짓는 건 어려웠다고 한다. 인근의 여러 지방이 모여 소각장을 짓자는 논의도 있었지만, 카미카츠는 여기서 빠지고 ‘제로 웨이스트 타운 선언’을 하게 된다. 


왼쪽은 카미카츠의 역사를 정리한 자료. 오른쪽은 카사마츠 선생님 강의 자료를 찍은 사진. [사진: 예람]



2. 카미카츠, 쓰레기를 어떻게 분리배출하고 있을까?


2001년부터 카미카츠는 쓰레기 분리 규칙을 전보다 세분화해 35개 카테고리로 만들었다. 쓰레기를 ‘태울 수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품목이 45개로 더 세분화된 현재, 카미카츠의 쓰레기 처리 비용은 전보다 60% 감소했다고 한다. 2017년 기준 일본의 전체 재활용률은 20%인 반면 카미카츠는 약 80%다. 재활용되지 않는 20%는 신발과 기저귀 등인데, 재활용할 방안이 없어 마을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제로웨이스트 센터에 위치한 ‘고미 스테이션(쓰레기 스테이션)'은  카미카츠 내 유일한 쓰레기 수거장이다. 쓰레기 수거차가 따로 없는 카미카츠에서는 주민이 각자 쓰레기를 모아 가져와야 한다. 그렇다면 차가 없거나 운전이 어려운 경우는 어떻게 할까? 다 방법이 있다. 두 달에 한 번, 봉사자들이 방문해 쓰레기를 수거한다. 고미 스테이션과 방문 수거 현장은 주민들이 서로 연결되는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한다.  


카미카츠 제로웨이스트 센터 내 고미스테이션. [사진: 예람]



어떻게 분리배출 할까?


쓰레기를 고미 스테이션으로 가져오면 먼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골라낸다. (골라낸 물건들은 다음 글에서 소개할 ‘쿠루쿠루 샵'에 진열된다.) 나머지 쓰레기들은 종이팩부터 볼펜까지 세세하게 나눠 배출한다. 종이도 다 같은 종이가 아니고, 플라스틱도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종이를 예로 들면: 신문, 잡지와 책, 박스, 컵라면 용기 등 코팅된 종이, 종이팩, 휴지심 등으로 나뉜다. 플라스틱은 깨끗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눈 후 소재별로 구분하고, 캔도 소재별로 구분한다. 분리수거함 옆에 작은 자석이 붙어 있어, 알루미늄과 철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모인 페트병은 전부 깨끗했고, 덜 마른 페트는 따로 건조한 뒤 넣는다. 이와 같은 사소한 실천이 재활용을 훨씬 효율적으로 만든다.


캔 소재를 구분하는 자석. [사진: 왼쪽 예람, 오른쪽 하은]
페트병을 말리는 중. [사진: 예람]


각 배출 박스에는 쓰레기 그림과 더불어 관련 정보가 적혀 있다. 먼저 입(+) 혹은 출(-) 표시가 보인다. 해당 품목을 1kg 배출할 때 처리 비용보다 재활용 판매 수익이 더 크다면 플러스(+), 비용이 더 높아 세금이 사용된다면 마이너스(-)다. 옆에 쓰인 숫자는 그 금액이다. 재활용률, 운송비,  재활용 질 (업사이클, 다운사이클) 등의 정보를 종합해 숫자로 쉽게 표시했다. 같은 도자기라도 도자기 소재로만 된 제품과 끈 등 다른 소재가 달린 도자기 제품의 경우 처리 비용이 다르다. 도자기 소재로만 만들어진 장식품(아래 왼쪽 사진)의 처리 비용은 1kg 당 43엔(약 430원). 합성 끈이 달린 도자기 장식품(아래 오른쪽 사진)의 쓰레기 처리비용은 46.9엔(약 469원)이다. 


[사진: 금자]


알맹지기들은 몇 가지 종류의 쓰레기를 ‘재활용하면 돈이 되는 쓰레기’와 ‘처리하는데 돈 드는  쓰레기’로 구분해 보았다. ‘돈이 되는 쓰레기’는 알루미늄 캔(1kg당 160엔), 고철 류(1kg당 35엔), 고철 용기에 달린 뚜껑(1kg당 20엔), 신문지 묶음(1kg당 13.3엔), 종이상자(1kg당 13.2엔), 멸균팩/종이팩(1kg당 5엔+)이다. 주로 금속류와 종류별로 잘 분리된 종이류 뿐이다. 반대로 ‘돈 드는 쓰레기’는 컵라면 용기 등 코팅된 종이(1kg당 -40엔), 자동차 타이어(1kg당 -100엔), 전구(1kg당 -105엔), 오염되었거나 분리배출 표기가 없는 플라스틱(1kg당 -69.8엔), 건전지(1kg당 -119.8엔) 등이다. 나열하고 보니 카미카츠 마을처럼 분리배출을 잘하는 곳에서도 대부분의 재활용품 처리에는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활용품은 각각 다른 업체가 수거해 간다. 안내판에는 어느 지역에 가서 재활용되는지, 어떤 품목으로 재활용되는지 또한 적혀 있다. 저 멀리 히로시마나 홋카이도까지 가는 품목도 있다. 위에서 건전지가 ‘최악의 1위’를 기록한 까닭 역시 이와 관련되어 있다. 건전지 안에는 수은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에서 수은을 처리하는 곳은 홋카이도 한 곳뿐이라 운송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카미카츠에서는 5년 동안 모아서 보낸다고 한다. 이처럼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상당한 돈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점을 알게 되면, 자연히 분리배출에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알맹지기들도 이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 돌아온 후 상점 저울에 사용하는 건전지를 충전식으로 죄다 바꿨다.  


돈이 되는 쓰레기들. [사진: 금자]
왼쪽이 깨끗한 플라스틱, 오른쪽이 더러운 플라스틱. 깨끗하면 처리비용이 감소한다. [사진: 금자]
돈이 드는 쓰레기들. [사진: 금자]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할까?


음식물 쓰레기는 100%, 각자 집에서 처리한다. 주로 전기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나 미생물을 활용한 퇴비화 시설을 두고 있다. 기계 구입비의 80%를 마을에서 지원해 주므로, 개인 부담금은 1만 엔(약 10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제로 웨이스트 센터에도 미생물을 활용한 유기물 퇴비화 시설이 있다.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을 수 없는 커피가루나 찻잎도 이곳에 뿌리면 잘 썩는다. 여섯 구역으로 나눠 매번 다른 쪽의 땅에 유기물을 묻기 때문에, 분해가 원활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듯 음식물을 각자 처리하고 재활용품은 깨끗한 상태로 모으므로, 고미 스테이션에서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


제로 웨이스트 센터 안에 있는 유기물 퇴비화 시설. [사진: 예람]


분리배출을 잘하기로 유명한 카미카츠,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분리배출 카테고리를 줄이고 싶다고 하신다. 무슨 말이지? 최대한 자잘하게 분류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 여기서 잠깐, 카미카츠에서 45가지나 되는 분리배출 품목을 만든 까닭을 생각해 보자. 버려지는 물건의 소재가 그만큼 제각각이라서다! 기업들이 소재를 통일해 물건을 만들면 재활용이 더 쉬워지고, 카미카츠도 45종 분류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상품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쓰레기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달성 가능한 목표다. 잘 만들어야, 더 잘 버릴 수 있다. 덜 만들면, 버릴 것도 줄어든다. 이를 위해 카미카츠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가게와 브랜드에 인증마크를 다는 캠페인 또한 펼치고 있다. 운영은 항상 어렵지만, 센터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불편한 점을 듣고 반영한다. 바로 이것이 카미카츠 모델이 꾸준히 유지되는 비결이라고 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수록 ‘잘’ 된다. 


https://youtube.com/shorts/xKIwdfPhjtA?feature=shared

카미카츠식 분리배출 직접 해보기 [영상: 나연]






* 다음 글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호텔 Y’를 소개합니다.


글ㅣ알맹지기 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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