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카츠에서 먹고 놀기
* 지난 이야기: 카미카츠의 명물 호텔 와이, 하루 묵어가며 대체 왜 그렇게 좋은지 살펴보았다.
‘호텔 와이’의 깨끗한 이불에 몸을 묻고 푹 쉬었더니, 또 하루 제로 웨이스트 모험을 떠날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이왕 왔으니 이 동네를 최대한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밥은 어디서 먹고, 뭘 구경하면 좋을까? 통역 가이드 선생님의 도움으로 카미카츠를 알뜰히 둘러보고 온 알맹지기들이, 먹거리와 볼거리를 추려 보았다. 카미카츠에는 모두 열 한 곳의 가게가 있는데, 100% 제로 웨이스트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로컬 가게를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솟아난다.
카미카츠 방문 스케줄을 짤 때는 식사 계획이 필수다. 이곳은 대중교통이 적을 뿐 아니라 편의점과 슈퍼가 멀리 떨어져 있는 외진 산골마을이다. 저녁 늦게 문을 연 식당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호텔 와이’에서도 ‘미리 식사를 하고 오거나 요깃거리를 챙겨 방문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아래 가볼 만한 레스토랑을 정리했다. 다만 채식이 여의치 않거나 점심식사만 가능한 곳도 있으니, 간식은 꼭 넉넉히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라이즈 앤 윈’은 수제 발효 맥주와 BBQ 전문점으로, 식사는 육식 위주다. 채식을 하고 싶다면 햇살 좋은 낮에 수제 맥주를 즐기는 펍으로 이용하면 좋겠다. 부탁하니 텀블러에 맥주를 따라주셨다. 커다란 텀블러 하나 슥 챙겨 맥주를 담아 숙소로 가져올 수도 있다.
건물은 제로 웨이스트 센터처럼 재사용/재활용 소재로 이루어져 있다. 호텔 와이에 있던 유리병 샹들리에를 비롯해 알맹지기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내부 소품들도 마찬가지. 아담한 매장 구석구석에는 판매하는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세컨핸즈 셔츠나 스텐 빨대 등의 다회용품, 리필할 수 있는 찻잎도 있다. 건물 뒤뜰에 있는 빈티지 캠핑카에서 숙박도 가능하다고 한다.
레스토랑을 겸하는 카페로, 점심식사가 가능하다. 미리 예약하면 비건식으로 차려주신다. 비건식 주 메뉴로 밀기울 가라아게나 두부 함바그가 있다. 그 맛과 식감, 오밀조밀한 플레이팅에 알맹지기들 모두 반했다. 일요일에만 런치를 제공하며, 평일에는 카페만 오픈한다. 화장실까지 사진 찍고 싶을 정도로 공간이 멋졌다. 핸드메이드 아트북과 빈티지 소품들도 눈을 사로잡는다. 카미카츠에선 빈티지 아닌 것을 찾기가 더 힘든 것 같다.
앞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가게들을 소개했다. ‘츠키가타니 온천’ 식당에서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카미카츠 특산물을 파는 가게와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다. 꼭 마을 사랑방 같다. 물살이(바다/강 생물) 정식 위주이지만 미리 예약하면 비건식도 가능하다. 표고버섯 구이, 곤약 사시미, 채소 튀김 등 만찬이 나온다. “특히 곤약 사시미는 꼭 드셔보세요!” (알맹지기들이 입을 모아 외친다.)
저녁 식사 후 온천을 경험해도 좋다. 마을에서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동네 목욕탕(a.k.a 룟칸)이다. 논비건이라면 목욕탕의 클래식, 자판기 우유를 뽑아 마셔도 좋겠다. 로컬 농장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재사용 유리병에 담겨 있다. 공병은 자판기 옆 우유병을 반납하는 박스에 넣어두면 된다. 몇 알맹지기의 말에 따르면, ‘소싯적엔 서울우유도 재사용 유리병에 담겨 배달되었다’는데… 지금은 ‘연식’ 좀 된 이들만 아는 유물이 되어버렸다.
츠키가타니 온천 역시 모든 쓰레기를 ‘고미 스테이션’에서 분리배출한다. 온천물을 데울 때는 화석연료나 전기 대신, 웃자라거나 빽빽하게 자란 나무를 베어 사용한다. 마을 천연자원을 이용해 온천을 운영하는 것이다. 열원마저도 제로 웨이스트!
알아보기: 카미카츠 로컬 식당
(식당 이름을 클릭하시면 구글 지도가 나와요!)
* 운영 정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영업시간: 12:00~15:00 (라스트 오더 14:00) 예약 필수.
- 휴일: 월, 화, 그리고 매달 첫 주 수요일.
- 수제 맥주와 BBQ 전문점, 식사 메뉴는 샌드위치까지 육식 위주.
- 하루 한 그룹에 한해 캠핑카 숙박 가능. 미리 문의 필요.
- 영업시간: 월, 화, 수, 일 11:00~17:00 (라스트 오더 16:00)
- 휴일: 목, 금, 토
- 일요일에만 런치 제공, 평일에는 카페만 오픈.
3) 츠키가타니 온천
https://e-kamikatsu.jp/asp/nwsitem.asp?nw_id=1157
- 저녁식사 가능, 예약 필수. (사전에 문의하면 비건식 가능)
- 온천 룸이나 방갈로에서 숙박 가능. (문의 후 예약 필요)
산골 마을 카미카츠, 물론 도시에 있는 상점가나 유흥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카미카츠만의 매력은 ‘놀기=소비하기’라는 공식을 깨버릴 것이다.
쿠루쿠루 공방
‘쿠루쿠루 공방’은 업사이클 공방과 샵을 겸하는 공간이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한다. 세상에 하나뿐인 취향저격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천 지갑이나 주머니, 마스크, 우산 천을 재활용해 만든 옷과 앞치마 등, 굉장히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여기서 기념품과 선물을 사면 좋다.
지역 농산물 직판장. 쓰레기 센터에서 도로를 따라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있다. 무포장은 아니지만 로컬 농산물이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고, 쿠루쿠루 공방에서 만든 물건도 볼 수 있다.
카미카츠 마을 택시를 타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주세요!” 라고 하면 운전하시는 선생님께서 어리둥절해할지도 모른다. 어딜 가나 나무나 풀이 가득하니까. 하니 목적지를 제시해야 하는데, 뭐가 있는지 알아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다. 그래서 알맹지기가 대사(?)를 준비했다. “폭포를 보러 갈 수 있을까요?”, “계단식 논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끝내주는 경치를 가슴에 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차를 타고 산을 굽이굽이 올라가야 하므로, 멀미가 심하다면 미리 멀미약을 챙겨두는 것이 좋겠다.
반딧불 만나기 (6월 초 약 2주 동안)
만약 태국의 암파와 수상시장 근처 반딧물투어나 필리핀 보홀의 반딧불 투어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이토록 많은 반딧불은 처음 볼 것이다. 가로등 한점 비치지 않고 검정 벨벳처럼 숲이 이어지는 밤의 깊은 산속. 그 안에서 반짝이는 반딧불 무리를 보고 있자면 온 감각이 우주와 연결되는 기분이 든다. 반딧불을 존재하게 해 준 수억 년 진화의 시간들, 반딧불이 살 수 있는 깨끗한 산과 물이 살아있는 카미카츠 마을의 고요함, 지금 이 시간 함께 하늘과 숲과 반딧불을 바라보는 알맹지기들. 반딧불은 6월 초부터 중순까지 약 14일 정도 산다. 시기를 맞춰 가고 날씨가 맞는 등 운이 좋으면 반딧불을 볼 수 있다.
별 보기
카미카츠 마을은 낮에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다. 피톤치드 공기를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처럼 360도 서라운드로 나무가 펼쳐진다. 하지만 밤이 되면 하늘에서부터 검정 주단이 깔린 것처럼 온 사위가 까맣게 변한다. 그리고 그 검정 주단의 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점점이 놓여있다. 사막에서 올려다보던 별자리처럼 인공물 하나 없이 지구본의 반원처럼 끊없이 펼쳐지는 하늘과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
카미카츠 산의 다랭이 논과 폭포
카미카츠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를 만났다! 조금만 올라가면 다랭이 논의 풍경이 펼쳐진다. 다랭이 논 정상에는 제로 웨이스트 워크숍을 진행한 일본의 전통 가옥이 있고 그 옆에는 일 인식 가마솥(?) 스타일의 욕조가 있다. 알맹지기가 갔을 때는 운영하지 않았는데 미리 예약하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알맹지기 ‘금자’는 찜솥 같은 욕조에 들어가 포즈만 잡아보았다. 근처에서 구한 나무로 물을 데운다고 하는데, 이러다 욕조에 들어있는 내가 삶아질 것 같아 두려움에 떨었달까….. ㄷㄷㄷ (운영 안 해서 다행이야) 카미카츠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도 만날 수 있다! 폭포수를 손에 만질만한 거리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데 관광객은 한 명도 없고 오직 알맹지기들 뿐이다! 이거 너무 좋잖아요! 일본 여행에서 발리와 나이아가라를 경험하다니…. 가성비 갑입니다.
글ㅣ알맹지기 연우, 알맹지기 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