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이 넓은 바지, 어깨가 드러나는 옷.
회사를 다니고 있던 이전의 나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을 옷을 요즘 몸에 걸쳐보곤 한다.
매장에 있는 커다란 전신 거울을 보며 옷을 하나씩 몸에 대보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이게 괜찮은 건가, 내가 이렇게 입어도 되는 건가 싶은 걱정이 전신 거울 속 나의 얼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십여 분을 그렇게 쳐다보다 다시 옷걸이에 걸어두곤, 매장을 나가기 직전 다시 그 옷을 집어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집에 데려온 내겐 잘못된 거 같은 옷을 빤히 바라보곤, 밖으로 나갈 때마다 입을까 말까 고민을 한참 한다.
솔직히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걱정되는 건 아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바쁘디 바쁜 자신들의 걸음에 시선이 쏠리지.
그걸 알면서도 고민하게 되는 건 내 스스로가 단정 지은
나의 옷이라는 개념 때문일 거다.
편한 후드티, 널찍한 셔츠, 화려하지 않은 일자바지로 이루어진 나의 옷. 이들이 아니면 옷을 잃어버린 채 길거리를 떠도는 부랑자 같다는 뭉그러진 생각.
오늘도 여전히 잘못된 옷을 바라보다 입술 한 번 말 아물곤 그 옷을 꺼내 입었다.
상반신만 비추는 방안의 작은 거울을 봐도 참 많이 어색하고 낯선 나지만, 나라는 사람도 이러한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유로운 생각이 가지고 싶었다.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기분이 든다.
사실 객관적으로 잘 어울리지 않는 옷일 수도 있지만,
오늘은 옷을 갈아입지 않을 생각이다.
뭉그러진 나의 몸이 오랜만에 자유로운 옷을 입는 날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