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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밍 Jun 05. 2024

라멘

혼밥의 시작은 조금 쉬워도 괜찮으니 말입니다.




라멘, 아마 혼자 밥 먹어보기의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손에는 숟가락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을 놓지 않고 허겁지겁 먹기에 바쁘던 혼밥의 처음말입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홀로 밥을 먹는 일이 다른 이에게 눈총을 받을 일도 여러 입을 통해 옮겨 다닐 재밌는 이야기도 아니지만  뭐든 처음 시작하는 일에는 괜한 걱정이 애피타이저로 한 상을 가득 채우니 말입니다.


라멘보다 우리에게 친숙한 라면은 오히려 시작점이 되기 어려운 느낌이 조금 들었습니다.

라면을 내어주는 가게는 두런두런 앉아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 많아서 그랬나 봅니다.

회사 면접을 보러 조금 일찍 서두른 날,  아무리 핸드폰을 둘러봐도 마주 앉아 밥을 같이 먹어줄 사람을 부르긴 애매하고, 가까운 주변 식당에는 오늘따라 더 커 보이는 4인 테이블이 한가득이다 보니.

주변에 모래알갱이도 없는 외로운 돌멩이 마냥 길가에 서서 몇 분을 검색해 봤을까, 조금 걸어가면 라멘가게가 하나 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면접을 볼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들어간 라멘 가게는 저와 같은 돌멩이분들이 가득했습니다.

아, 외로워 보이지 않았던걸 보니 저와는 조금 다른 돌멩이분들이었나 봅니다.

다른 식당이라면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시선을 옮길법한데 먼저 와계셨던 돌멩이분들은 그저 묵묵히 식사에 집중할 뿐이었습니다.


어딘가 얼떨떨한 분위기에 메뉴를 찬찬히 읽어볼 틈도 없이 손가락이 내키는 대로 주문을 하곤 1인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리고 커다랗게 보이던 4인 테이블은 하나도 없이 조금 커야 2인 테이블이 전부였던 가게라 혼자 와서 큰 테이블을 차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어올 틈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한결 마음이 편하게 말이죠.

이전까지 다른 식당에서 봐온, 꽤나 비좁아 보이는구나 생각했던 1인석은 아늑하게 좁고 적당히 넓다고 느껴졌습니다.

조금 무거운 면접가방을 살포시 내려놓고 지하철 내내 외우고 오던 면접 질문 메모를 한편에 내려놓고도 여유로웠으니 말입니다.









잠깐 숨을 고르고 가게 천장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을까, 저의 식탁엔 라멘이 놓였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음에도 라멘 한 그릇에는 정성이 옹기종기 모여 괜스레 코끝이 시린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뜨끈한 국물 한 스푼을 시작으로 젓가락에 걸친 면가닥을 후루룩.

혼자만 알아들을 목소리로 맛있다,라고 내뱉 괜히 눈치를 보듯 눈동자가 데구루루 굴러갔지만 이내 다시 라멘그릇으로 돌아왔습니다.

가게 안에는 어떠한 눈동자도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곁에 누가 있든, 어떤 라멘의 향기가 나든, 오롯이 자신의 앞에 놓인 라멘과 그 라멘을 먹는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기에도 바빴으니 말입니다.


어딘가 어색한 느낌에 슬쩍 핸드폰을 꺼내두긴 했지만 사실 눈길이 잘 가진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 입으로 들어가는 라멘이 너무 맛있고 이 고요하면서도 외로운 식사 시간이 꽤나 좋았으니 말입니다.

이전까지 나의 삶에 없었던 일을 시작하는 일은, 그러니까 새로운 회사에 입사를 한다거나, 혼자 밥 먹기를 시도해 본다거나 하는 일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영영 못해낼 일도 아니라는 듯이, 그 라멘 한 그릇이 꽤나 든든한 응원이 되었달까요.


여전히 떨리긴 하지만 다른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일이 마냥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그리고 라멘가게가 아닌, 여전히 커다란 4인 테이블이 있는 식당에서도 홀로 든든히 밥을 먹기도 합니다.

마주하는 이가 있는 식사 시간이 너무 따스하다는 것을 알지만, 홀로 식사를 하는 시간도한 다르지 않음을 이제는 알고 숟가락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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