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먹고도 어떻게 질리지 않을까, 떡볶이를 입안 한가득 넣고 있는 저를 볼 때마다 엄마가 매번 하시는 말씀입니다. 정말 궁금하신지 그렇게 맛있냐고, 연달아 묻는 질문에는 입안 가득 떡볶이를 천천히 삼켜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음식 중에 떡볶이를 사랑하는 거냐고, 묻는 질문에는 가득했던 입안을 완벽히 비우곤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떡볶이, 물론 좋아합니다. 쫄깃쫄깃한 떡과 매콤 달콤한 양념이 잔뜩 스며든 어묵과 야채. 거기에 적셔먹는 삶은 계란만 있으면 하루 세 끼는 끄떡없으니 말입니다. 하루 세 끼를 먹어도 끄떡없을 정도면 사랑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글쎄요, 사랑하는 일과 질리지 않는 일은 조금 다른 결이지 않나 싶습니다. 사랑하는 음식을 뽑자면, 저는 오징어볶음과 계란말이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 세 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떡볶이와 그들이 뭐가 다르냐면, 지금 당장 튼튼한 지구가 반으로 갈라질 위기에 처해버려먹을 수 있는 끼니가 단 한 번의 끼니밖에 남지 않았을 때 망설임 없이 먹을 음식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지구가 반으로 갈라져 앞으로 더 이상 어떠한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고 싶은 음식.그렇게 생애 마지막까지 닿고 싶고 절실하게 갈구하는 사랑이고, 앞으로 더 이상 어떠한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떠올릴 틈도 없이 묻히는 음식. 그렇게 절실하게 갈구하는 그림자에 가려지는 그 정도인, 그렇게 다릅니다 그들과 떡볶이는.
사실 더 많이, 더 자주 먹는 음식은 그들과 다르게 떡볶이입니다. 그럼에도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망설여지는, 그저 질리지 않을 뿐인. 제 스스로 생각해도 씁쓸한 관계입니다. 이렇게 씁쓸한 맛이 혀끝에 맴도는 와중에도 떡볶이 사진을 고르는 와중에도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잔인하게 말입니다. 바로 옆자리에서 매일 마주하는 그를 두고 창가로 지나는 당신을 바라보는 마음이 이와 다르지 않다고 문득 생각이 듭니다. 바로 옆자리의 그에게도, 지나는 당신에게도 결국 어느 곳에도 닿지 않을 정처 없는 마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