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밍 Jun 19. 2024

칼국수

칼국수가 먹고 싶습니다, 겉절이가 생각나서 말입니다.





먹다 보면 커다란 세숫대야에 담긴 면발의 수보다 더 많이 먹곤합니다.
분명 이건 저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칼국수를 먹을 때같이 먹는 겉절이는 그 어떤 겉절이보다 맛이 좋긴 때문이죠.

맛 좋은 겉절이를 먹으려면 칼국숫집에 가라,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의외로 부차적인 것이 더욱더 매력적일 때가 있곤 합니다.
물론, 아주 당연하게도, 주된 칼국수가 맛있어야 성립이 되는 전제조건이지만요.
매력적인 주인공을 옆에서 든든하게 지지하는 서브 캐릭터의 지분 정도 되려나요, 주인공이 아니라 카메라를 한가득 채울 순 없어도
아, 그 드라마에 나온 사람! 이 정도로 알 수 있는, 칼국수 하면 겉절이! 이런 위치는 충분히 됩니다.
 





그러니까, 그런 날입니다.
바다가 보고 싶다고 저 멀리 외쳐보는 날, 발바닥의 모래 알갱이의 감촉이 느껴졌으면 좋겠는 날에.
영화를 보고 싶다고 그렇게 넌지시 던지는 날, 이유 없이 당신이 보고 싶은 날에.
칼국수가 먹고 싶다고 투정 부려보는 날, 매콤한 겉절이가 먹고 싶은 날에.
그러니까, 이런 날들에 말입니다.

그러면 그냥 겉절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되지 않냐, 싶겠지만 그러면 맛이 안 사는 느낌이랄까요.
보고 싶다는 말은 충분히 낭만적이지만 조금 더 낭만적인 영화 크레딧에 우리의 시간에 껴있었으면 좋겠고
모래가 닿아오는 느낌만으로도 부드럽지만 바다의 물결이 나를 안아주는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러우니까 말입니다.

맞습니다, 겉멋이 가득한 낭만입니다.
그래도 겉멋이 주는 맛은 또 기가 막힘을 알기 때문에 포기하는 법은 조금 나중에 알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바다에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영화를 보고 싶고,
칼국수가 먹고 싶은 날입니다.


이전 12화 떡볶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