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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밍 Nov 05. 2024

브런치

때론 우린 불편을 감수하기도 하니까요, 부러 말입니다.

항상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열 번 중 열 번이 모두 말입니다.


노릇하면서도 촉촉한 팬케이크 위에 다디단 시럽, 바삭하면서도 짭짤한 베이컨과 기분 좋은 새콤함이 느껴지는 발사믹을 두른 샐러드, 수프처럼 후루룩 삼켜버릴 수 있을 만큼 부들부들한 에그 스크램블까지.

배가 조금 더 고프다 싶은 기분이라면, 식감이 살아있는 뇨끼까지 함께.


조금 늦은 아침과 조금 이른 점심 시간대에 널찍하고 한적한 카페에서의 한 상의 브런치를 먹는 일은 꽤나 여유롭고 느긋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잠시 잠 깐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엄마는 태생적으로 소화 기관이 약해서 그런지, 특히나 빵과 같은 밀가루를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에 큰 부담을 가지고 계십니다. 게다가 무조건 커피는 아메리카노만 마실정도로 시럽을 싫어하시기도 하시죠.

계란 또한 즐겨드시지 않습니다, 삶은 계란이든 계란 프라이든. 그건 스크램블도 피해 갈 수가 없습니다.

베이컨보단 깡통햄을 좋아하는 입맛이시기도 하십니다.

요즘은 위도 예민해진 터라 커피 한 잔을 다 마시면 속이 쓰리다며 반 잔을 겨우 마시곤 하십니다.


그렇기에 엄마가 브런치를 먹고 나서 속이 좋지 않은 건 퍽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예견된 불행, 돈을 주고산 불편함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엄마와 외식을 하는 시간이 생기면 저는 열심히 검색해 봅니다, 브런치 가게를 제외하고 말이죠.

굳이 돈을 주고 사 먹는 일에 불편함을 사는 건 탐탁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평소에 엄마가 좋아하는 김밥이라던지, 엄마가 기력 보충으로 든든하게 먹기 좋아하는 추어탕이라든지, 요즘 한창 맛 들인 돼지갈비라던지 말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엄마의 선택은 브런치입니다, 저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말이죠.

하지만 저는 굳이 토를 달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추어탕이나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는 게 더 좋지 않겠냐,라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시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릴 뿐입니다. 괜찮은 브런치 가게 어디 없나, 하면서 말입니다.


조금 더 맛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는 브런치 가게를 찾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어김없이 엄마는 소화를 시키기 어려워하시니까요. 그렇지만 브런치의 팬케이크를, 베이컨을, 에그 스크램블을 입에 넣는 찰나의 순간을 엄마가 조금이라도 즐길 있다면, 감수할만한 불편함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엄마가 그리던 모습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침도, 점심도 아니 시간에 느긋하게 일어나 브런치에 커피 한 잔 하는 엄마의 본인의 모습을,

밤인지, 아침인지도 모를 어두운 새벽에 조급하게 국에 밥을 말아먹는 엄마의 본인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닿을 수 없는 모습일지라도 부러 시간을 내어 그 모습을 흉내 내보는 시간 또한 소중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야 훗날 진정으로 닿을 있을 테니까요, 상상과 연습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엄마의 식사가 무탈하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제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브런치 식사 후 더부룩한 속을 달래주기 위해 다음 식사를 은근하게 한식이 먹고 싶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던지는 일뿐입니다. 그렇게 던진 저의 말엔 엄마는 못 이기는 척 넘어가주시는 엄마의 모습이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부러 불편함을 감수하는 엄마의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면 끝내 엄마는 불편하지 않게 브런치로 식사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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