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하면서도 촉촉한 팬케이크 위에 다디단 시럽, 바삭하면서도 짭짤한 베이컨과 기분 좋은 새콤함이 느껴지는 발사믹을 두른 샐러드, 수프처럼 후루룩 삼켜버릴 수 있을 만큼 부들부들한 에그 스크램블까지.
배가 조금 더 고프다 싶은 기분이라면, 식감이 살아있는 뇨끼까지 함께.
조금 늦은 아침과 조금 이른 점심 시간대에 널찍하고 한적한 카페에서의 한 상의 브런치를 먹는 일은 꽤나 여유롭고 느긋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잠시 잠 깐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엄마는 태생적으로 소화 기관이 약해서 그런지, 특히나 빵과 같은 밀가루를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에 큰 부담을 가지고 계십니다. 게다가 무조건 커피는 아메리카노만 마실정도로 시럽을 싫어하시기도 하시죠.
계란 또한 즐겨드시지 않습니다, 삶은 계란이든 계란 프라이든. 그건 스크램블도 피해 갈 수가 없습니다.
베이컨보단 깡통햄을 좋아하는 입맛이시기도 하십니다.
요즘은 위도 예민해진 터라 커피 한 잔을 다 마시면 속이 쓰리다며 반 잔을 겨우 마시곤 하십니다.
그렇기에 엄마가 브런치를 먹고 나서 속이 좋지 않은 건 퍽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니까 예견된 불행, 돈을 주고산 불편함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엄마와 외식을 하는 시간이 생기면 저는 열심히 검색해 봅니다, 브런치 가게를 제외하고 말이죠.
굳이 돈을 주고 사 먹는 일에 불편함을 사는 건 탐탁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평소에 엄마가 좋아하는 김밥이라던지, 엄마가 기력 보충으로 든든하게 먹기 좋아하는 추어탕이라든지, 요즘 한창 맛 들인 돼지갈비라던지 말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엄마의 선택은 브런치입니다, 저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말이죠.
하지만 저는 굳이 토를 달지 않습니다. 엄마에게 추어탕이나 돼지갈비를 먹으러 가는 게 더 좋지 않겠냐,라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다시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릴 뿐입니다. 괜찮은 브런치 가게 어디 없나, 하면서 말입니다.
조금 더 맛있어 보이고 좋아 보이는 브런치 가게를 찾아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어김없이 엄마는 소화를 시키기 어려워하시니까요. 그렇지만 그 브런치의 팬케이크를, 베이컨을, 에그 스크램블을 입에 넣는 찰나의 순간을 엄마가 조금이라도 더 즐길 수 있다면, 감수할만한 불편함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엄마가 그리던 모습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침도, 점심도 아니 시간에 느긋하게 일어나 브런치에 커피 한 잔 하는 엄마의 본인의 모습을,
밤인지, 아침인지도 모를 어두운 새벽에 조급하게 국에 밥을 말아먹는 엄마의 본인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닿을 수 없는 모습일지라도 부러 시간을 내어 그 모습을 흉내 내보는 시간 또한 소중하다고 여깁니다. 그래야 훗날 진정으로 닿을 수 있을 테니까요, 상상과 연습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엄마의 식사가 무탈하길 바랍니다.
그렇기에 제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브런치 식사 후 더부룩한 속을 달래주기 위해 다음 식사를 은근하게 한식이 먹고 싶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던지는 일뿐입니다. 그렇게 던진 저의 말엔 엄마는 못 이기는 척 넘어가주시는 엄마의 모습이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부러 불편함을 감수하는 엄마의 모습을 조금 더 지켜보면 끝내 엄마는 불편하지 않게 브런치로 식사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