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분명 짧은데 너무도 긴.

by 제밍



새벽은 짧지만 길다.
머지않아 아침이 오지만 떠진 눈은 여전히 깊은 밤을 헤매서.
그렇게 눈동자만을 이리저리 굴려 방에 내린 새벽을 살펴본다.


이 어두운 새벽에도 의자에 걸린 검은색 가방은 진하게 잘 보인다. 새벽의 어둠에도 가려지지 않는 검은색은 굴러가는 내 눈동자도 마찬가지일까.
벽지는 본래의 색이 무엇이었는지 그저 어둡게만 보인다.
새벽의 어둠이 앗아가는 건 그새 마른 내 입술색만은 아니었나 보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투들이 검은 형체의 사람으로 보인다.
새벽의 어둠은 익숙한 것을 낯설고 무섭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렇게 눈동자만 데구루루 굴렸을 뿐인데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났다. 짧게 지나간 시간이지만, 여전히 아침은 오지 않는다.

역시 새벽을 짧지만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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