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전 냄새가 고소해진 날.

by 제밍





전집 사장님 해도 되겠네, 엄마는 더 이상 내게 시집가서 잘하겠네라는 말은 하시지 않는다.
제사를 챙겨 지내던 친가의 집안 분위기에 명절이 아니더라도 갖가지 전을 부치는 일이 일 년에 수차례.
도와주러 올 생각조차 없는 다른 친척들을 뒤로하고 엄마를 도울 수 있는 건 나뿐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전을 부쳐내는 엄마 옆에서 처음엔 그저 옆에서 계란물을 풀어주거나, 신문지를 깔아주는 자질구레한 일들밖에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엄마가 맘 놓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전은 알아서 부쳐낼 수 있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고 시집가서도 잘하겠네,라며 웃으셨지만 나는 거기에 엄마처럼 웃을 수 없었다.
엄마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엄마처럼 고생하고 싶지 않아서, 알아주는 이 없는 그 고생이 얼마나 오래되고 깊은지 너무 잘 알아서. 그 고생길 가운데 나를 놓지 않은 엄마에게 말할 수 없이 감사하면서도 엄마가 버텨온 그 길을 가지 않겠다는 결심은 오래전부터 해왔어서.
그렇게 한 해 두 해 전을 부쳐가면서 엄마가 건네는 그 말에 묵묵히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즈음이었을까, 엄마는 전집 사장님 해도 되겠다고 그러셨다. 그리고 그때서야 나는 살풋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한텐 전은 평생 공짜라고.
그제야 온 집안에 풍기는 전 냄새가 고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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