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약이 바뀌지 않았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사실 지난주에 약이 바뀌고 나선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챙겨 먹었어해서 오히려 먹는 약은 많아졌지만
지난주보다 더 나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에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주도 약을 바꿔야 하면 어떻게 되려나, 하루 세 번 보다 더 많이 챙겨 먹어야 하려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약을 또 도전해 봐야 하나,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머릿속으로 굴러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여전히 불안은 존재하고 숨은 가쁘다.
언제부터 싹트고 있던 건지도 모를 정도로 오래된 불안이니 한 달 만에 뿌리째 뽑힐 리가 없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이 불안을 달래고 숨을 쉬게 도와줄 약을 찾은 것만으로도 어딘가 싶은 마음이랄까.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발을 동동거리고만 있다가
소화기를 쥐고 불을 끌 줄 아는. 손에 잡힐 수 있는 나만의 불안 소화기를 잡고 있는 기분.
명절도 있고 이래저래 바쁜 일정으로 아마 병원을 다니면서 맞이한 주간 중 가장 불안한 주간이 될 것 같지만
그럼에도 버티려는 나를 도와줄 무언가가 있다는 건 꽤나 안심이 되는 일이다. 나의 소화기, 이번 주도 타오르며 새카만 그을음을 남기려는 불꽃을 부디 잠재워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