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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의 숲 Apr 23. 2020

벚꽃 내리는 날 만난, 우리

서로에게 벚꽃처럼 위안을 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길




4월, 벚꽃, 그리고 진해 군항제.



우리가 서로를 또렷이 기억하는 날은 4월 진해에서 열렸던 벚꽃 축제인 군항제이다.



각자의 세상에서 사회에 적응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던 무렵이었다. 따스한 봄날, 나는 벚꽃이 보고 싶어서 당일치기 벚꽃 여행에 신청했다. 그 날 나와 같은 이유로 그 사람도 진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처음으로 마주한 진해는 인생의 명장면으로 남을 만큼 참 예뻤다. 어느 명소에만 벚꽃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근처에 심어둔 나무도, 동네 슈퍼마켓 앞에 있는 나무도, 거리에 서 있는 가로수도 모두 벚꽃나무였다. 마치 새로운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이런 풍경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런 도시가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벚꽃나무가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벚꽃이 만개한 때가 조금 지나 꽃잎이 흩날리는 시기라서 어딜 가도 벚꽃비가 내렸다. 건물도, 거리도, 사람들의 웃는 얼굴도 모두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아마도 이 날 진해라는 도시만 분홍빛으로 물든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때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보면 서로 어색했던 사이였기에 단 둘이 찍은 사진은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벚꽃 세상을 배경으로 서로를 예쁘게 담기 위해 노력한 각자의 사진만 서로의 휴대폰에 남아있다. 이 사진들 덕분에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모두가 꽃피는 봄을 반가워하는 것처럼, 우리도 벚꽃이 피고 지는 이 계절을 참 좋아한다.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아름다웠던 벚꽃 도시 진해가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서먹했던 그 사람도 내 기억 속을 걷고 있다. 여전히 반갑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은 어여쁘게 피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의 세상에서 따로 살지 않게 되었다. 하나의 세상에서 벚꽃이 피고 지는 계절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벚꽃처럼 서로를 웃게 만드는 고마운 사람으로 자리를 잡았다.



계절의 순환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많은 추억을 쌓고 함께 익어갈 것이다. 우리가 보낼 사계절에 어떤 폭풍이 찾아와도 서로에게 벚꽃처럼 위안을 주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우리의 세상에 슬픔보다 행복이 더 자주 찾아와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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