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끝낸 당신이기에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
사랑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 덩어리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각자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래서 슬프고 충분히 쓸쓸하다.
- 이병률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신이 잠시 머물다 가는 이 별에서의 나는 추워하는 사람 하나 데우는 의자면 어떨까, 땀 흘리며 모래먼지 같은 꿈에 쫓기는 사람 하나 식히는 그늘이면 어떨까 싶다.
그 사람은 거기까진 알지 못할 겁니다. 그 풍경을 봤을 때, 그 사람을 조금 생각했다는 걸 말입니다. 언젠가 더 멋진 풍경 앞에 섰을 땐 그 사람과 함께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우리는 별일 없이 지나갈 겁니다.
왜 파도를 당겨서 열고 들어간 사람이 파도를 버리고 빠져나오려 하는가. 당신만큼은 이번 바다에서 나를 보호자 삼아 잘 지내다 오기를, 당신만큼은 푹푹 물들었다 지상에 잘 나오기를, 나는 세상의 모든 사랑의 파도 앞에서 당부하려고 한다. <중략> 당신이 파도였다. 당신이 높고 짙푸른 파도였다.
내가 울게 되더라도 나는 당신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당신의 여백과 여운을 울게 될 것이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몸을 숨기고, 당신을 통곡할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아, 우리는 그 페이지를 따라 여행해야 하고, 그 길에서 나 자신을 에워싼 모두를 괴롭혀서라도 영혼을 다 소모할 수 있을 때만 이번 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주인공 말고 주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