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당호수 나동선 Sep 29. 2021

보고도 안 믿어진다.

        세상은 G2로 나뉘어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의 장이 된 지 오래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미국 중심을 앞세운 '그레이트 어게인'을 외치며 오직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 '일대일로'  등 중국 굴기를 외치며 자본을 앞세워 가난한 나라들을 줄 세우기에 바쁘다. 내가 최고로 힘이 세다고 과시하며 무력이나 금력을 앞세워 대장 놀음 경쟁을 하고 있다. 20세기의 미소 냉전시대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부터다. 서울보다도 인구수가 많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란 도시에서 코로나 19란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다. 1월  하순쯤에는 어느덧 우리나라에도 확산이 되어 중국 다음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세계 190여 개가 넘는 나라가 놀라서 우리나라를 출입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은 우리나라나 중국을 돈 좀 있는 저급한 국가로 취급했다. 4월에 접어들자 중국은 거의 종식이 되어가는 것 같고 우리나라도 큰 고비를 넘겨 이제는 확진자가 하루에 30여 명 내외로 안정되어 가는 듯하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전 세계가 이 질병의 무서운 확산 속도와 사망자 수에 갈팡질팡하며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어느냐라도 경험하지 못한 대유행 팬데믹에 직면한 선진국들의 대응을 보니 우리나라보다 몇 수는 아래 수준이다.


        2020. 4. 13. 노컷뉴스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떴다. "세계 최강국이자 최부국인 미국이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제3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세계 최대 보건 난국'이 됐다. 4월 12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53만 명, 사망자는 2만 6백 명. 한국 환자 1만 4백 명, 사망자 210명이라고 CNN 보도"라고 했다.  "미국의 환자는 스페인, 이태리, 프랑스를 합친 숫자보다 많고, 사망자는  부동의 세계 최대 사망국이었던 이탈리아를 2천 명 넘게 추월해 버렸다. 이제는 코로나 문제가 미국의 자존심 문제가 돼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CNN 잭 태퍼 앵커는 이날 아침 코로나에 관한 미국 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를 출연시켜 한국과 같은 시기 첫 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가지고 캐묻기 시작한다. 한국과 미국은 1월 말 사실상 같은 날에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보다 환자는 50배 많고, 사망자는 100배가 더 많게 돼 버렸습니다. 미국은 세계 인구의 4.25% 이지만 코로나 환자는 30%, 사망자는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늦게 대응한 때문이라는 데 동의하십니까?"며 물었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강 미국이 얼마나 자존심 상한 일인가. 선진국이라는 독일 , 영국, 프랑스, 일본도 아니고 한참 아래로 보이는 한국과 비교되다니?  CNN이라면 세상 방방곡곡에서 누구나 다 시청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통신사 아닌가?  CNN 앵커가 모든 자존심도 다 팽게 치고 세상의 최고 권력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보로 자문하는 미국 내 최고의 전문가 파우치 박사를 바로 면전에 두고서  한국과 비교하며 꾸짓듯 질문을 한 것이다. 


        금년 초 어느 TV프로에서 내가 우연히 본 내용이다. 두 명씩 한조가 된 미국 시청자 4팀에게  '삼성·LG의 냉장고· TV, 현대자동차가 어느 나라 제품이냐'라고  물으니 다수가 일본 제품 쭘으로 알고 있고 한국산임을 정확히 알고 있는 팀은 단 한 팀이었다. 이런 취급받는 나라를 유명 앵커가 자기 나라 미국과 비교하다니. 국격은 내가 높다고 떠들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다음부터는 설명 안 해도 그런 제품들이 한국산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음...... 그렇구나를 연발할 테니까. 그들 위치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보면서도 안 믿겨지는 것이다.


        성경 구약 사무엘상 17장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다윗이 그 블레셋 사람(골리앗)을 죽이고 돌아올 때에 그 블레셋 사람의 머리가 그의 손에 있는 채 아브넬(이스라엘 군사령관)이 그를 사울 앞으로 인도하니 사울이 그에게 묻되 소년이여 누구의 아들이냐 하니 다윗이 대답하되 나는 주의 종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이나이다 하니라"  이스라엘 왕 사울 그 자신도 골리앗은 정말로 무섭고 두려운 상대라 벌벌 떨며 싸울 엄두조차 못 내고 도망만 다닌 처지였다.


         그런데 전투 경험도 없었던 다윗이 죽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자기 앞에서 있는 것이 아닌가? 사울은 자기 눈으로 그 싸움 장면을 똑똑히 봤으면서도 못 믿는 것이다. 아니 보고도 안 믿겨지는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과의 전투에 나가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사울이 자기 군복을 다윗에게 입히고 놋 투구를 그의 머리에 씌우고 또 그에게 갑옷을 입히매 다윗이 칼을 군복 위에 차고는 익숙하지 못하므로 시험적으로 걸어보다가 사울에게 말하되 익숙하지 못하니 이것을 입고 가지 못하겠나이다" 하며 자신이 다윗에게 갑옷을 입혀주면서 대화까지 했었으면서도 말이다. 


        프랑스의 한 변호사는 "한국은 감시·밀고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 통제에 의해서 방역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바이러스에 관한 한 미국 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CNN 앵커 잭 태퍼의 질문에 "한국은 대구를 폐쇄했다"라고 답변했다.  우리나라는 감시·밀고로 인권을 말살하는 국가도 아니고, 질병 확산을 막는다고 대구를 폐쇄하지도 않았다. 자칭 타칭의 선진국들은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의 전쟁에서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운 민낯을 보이고 싶지 않을 뿐이다. 

        

        확진자나 사망자 등 숫자로 말해주는 성과를 보고도, 골리앗의 머리를 베어 들고 와서 사울 자신의 앞에 서있는 다윗의 모습을 보면서도 안 믿어지는 것이다. 돈과 무기로 세계 최강이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선진국이라고 거들음을 피우던 국가들의 어두운 면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낱낱이 다 들춰내 준 꼴이다.  나는 이제까지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이라 생각해 왔다. 그래서 나 자신이 그들의 대응과 수습과정을 보면서 더욱더 안 믿겨진다.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당신들의 국가역량이 그것밖에 안돼? 정말로! 에이...... 설마겠지?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현실이 돼간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자본과 무기로 세계를 놀라게 할 수는 없다. 골리앗처럼 큰 체격에 창칼로 중무장한 상대를 제압할 수도 없다. 우리는 오직 물매와 맷돌 다섯 개 만을 지닌 다윗이 이기는 것을 보았다. 세계 최강인 미국은 물론 모든 선진국들이 확진자나 사망자가 우리보다 몇 배 씩이나 많고 쩔쩔매고 있음을 보고 있다.  우리나라 BTS 노래가 세계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받았다. 작은 고추가 더 맵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것을 보고도 안 믿겨 지는 것은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이전 10화 현직 때의 순간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