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갉아먹는 존재들에 대하여
며칠 전 사람들을 모아놓고서 일을 이렇게 하냐는 둥, 왜 이렇게 사람들이 의존적이냐는 둥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사실 그 상황에서 실소가 나왔다. 반년을 알려줬다. 한글 단축키를 하나도 몰라서 알려주고, 바인더 만드는 법까지도 하나하나 알려줬는데 왜 이렇게 너희는 부족하고 못 하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유치원에 다니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디까지 알려주고 어디까지 대신해 줘야 도와주는 건데요? 묻고 싶었다.
나는 그 자리가 끝나고 물었다. 제가 누구의 일을 대신해서 분담한다고 했을 때는 본인이 다 하신다고 해놓고서는 왜 이제 와서 누가 너무 본인에게 의존적이라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더니 애가 좀 부족한 건 확실한데 좀 업무를 알아서 분담을 했었어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을 했다. 나는 그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게 다른 사람의 업무를 대신해서 하면 월권이 되니 누군가가 확실하게 갈라줬어야 하는데 그걸 사람들이 알아서 했었어야 했다니. 그러면서 애가 부족한 걸 어쩌겠니? 하는데 할 말이 없어지는 것. 누가 부족하면 알아서 대신해주고, 월권이니 뭐니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네 업무 내가 할게 라는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더 말을 섞기 싫어서 밖으로 나섰다. 멀쩡하게 본인 일들 다 알아서 하던 사람들이 바보가 되는 상황. 조금 모자란 사람은 되레 너무 착한 사람이 되어버린 상황. 말이 되나?
남은 직장생활 내내 업무를 대신 다 해주거나, 부모님처럼 뒤치다꺼리를 다 해줄 수 있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고 판단하여 다른 사람의 업무를 전부 대신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상대방이 못 하니까 내가 그냥 해버려야지, 라는 말들로 하여금 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들은 의존적으로 변한다. 나중에 함께 근무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간다. 조직을 길게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업무가 차고 넘쳐서 일정 부분에 도움을 주는 것까지는 수용할 수 있으나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고 하여 모든 업무를 대신해 주고 보고까지 대신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월급은 왜 받는 거지?
사람들이 착하다고 칭찬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착하단다. 애는 참 착한데.. 일은 못 한단다. 답답하지만 애가 모자란 걸 어떻게 하냐고 말한다. 나는 직장을 다니며 사람은 착하지만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났다. 늘 착하다. 늘 착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일을 다 대신해 주고 본인의 일은 또 못 하면서 내 사무실로 와서는 머리를 숙이면서 매번 죄송하다고 한다. 저기요. 우선순위를 정하세요. 본인 업무도 안 하고 계시면서 자꾸 다른 사람 들 거를 해주시면 어떻게 해요. 그쪽은 지금 순기 업무를 하셔야 하는 거고 그쪽 업무를 제가 하고 있잖아요? 왜 자꾸 다른 부서에는 좋은 사람으로 지내시면서 저희 부서에서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시는 거예요 자꾸 일을 끌고 오고 전화로는 다 아는 체하시고요? 정작 우리 부서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사람 업무는 나 몰라라 하면서 왜 자꾸 그러시냐고요? 그 말을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그 사람 진짜 사람은 착해. 속 터져서 죽어버릴 것 같은 건 나랑 다른 사람들뿐이었다. 왜?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무 착한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일을 할 때 '착하다'는 칭찬이 독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참 착한데, 로 시작하는 전제가 들어간다면 그 칭찬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 뒤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일은 좀 못해, 라든지 업무가 미숙해, 라든지로 끝나기 때문에. 늘 걔를 보며 사람들이 애는 착한데 좀 부족하다고 말을 할 때마다 그건 착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너무 착해서 시간을 안내하라고 하면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서 연락을 돌려서 다른 사람들은 10분이면 끝낼 일을 혼자 2시간에 걸려서 일을 하고 너무 착해서 혼자 근무는 다 서는 것처럼 말하는데 알고 보면 한 달에 1~2번 서는 근무를 서면서 사람들이 자기의 근무를 바꿔주지 않아서 힘들다는 둥, 오프를 못 한다는 둥 이야기를 하는 걸까. 왜 매번 본인은 피해자고 다른 사람들은 가해자처럼 말을 하는 게 착한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그건 정말로 착한 게 아니라고 목구멍까지 말이 올라오지만 그냥 삼킨다. 말을 해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이면 말을 한다. 하지만 하지 않기로 한다. 일의 효율이 떨어져서 남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못하고, 남 탓만 돌리는 모습을 보고도 일을 못 하면서 늘 웃고 다니는 사람을 보며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반감이 생긴다. 조직생활을 어떻게 하면 효율도 떨어지고 답답해서 죽을 것 같은 사람을 보고 그래도 착하지 않냐고 말을 하는 거지? 일을 할 때 착하다의 평가가 맞는 것일까.
나는 일을 못 하는 사람에게 착하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멀리 보면 결국 조직을 갉아먹는 존재들이며 그 안에서 증발해버린 워크에식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넣어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들인데 왜 자꾸 착하다고 말하며 그 사람들에게 일 못 해도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삼류 에세이 작가 책에 나올 법한 위로를 해주고 멍청한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늘 문제다.
그냥 일을 못 해도 착해,라는 말은 칭찬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