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신경실조증, 화병 증상, 불안해요 다양하게 보내는 몸의 신호들
〈중요한 일을 앞둔 밤, 몸이 먼저 흔들리는 사람들〉
밤마다 똑같은 상황을 겪으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안은 조용하고, 창밖에서는 바람소리만 들려오는데
정작 몸은 그 고요함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
머리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몸은 그 말을 믿지 못하면서 신경성 질환으로 고생하곤 합니다.
자율신경실조증, 신체화 증상, 화병 증상 등 다양한 말로 해석하곤 합니다.
다음 날 예정된 회의와 업무,
미루었던 중요한 일, 심지어 별것 아닌 약속에도
낯선 그림자를 만난 것처럼 잠을 못 자고 몸이 먼저 자꾸 깨는 날들이 있습니다.
I. 저녁과 밤 사이, 몸이 먼저 긴장하는 사람들
승진 시험을 준비하던 직장인 K 씨는 말합니다.
낮에는 멀쩡하고 아무 일도 없었는데, 누워서 자려고 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갑자기 열이 올라요. 갱년기도 아닌데 왜 이러죠?
특히 명치 주변이 답답하다고 하는데,
한의학, 융 심리학에서는 명치가 오래 억압된 기억과 감정이 머무는 장소라고 말합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상인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똑같은 업무와 비슷한 일과, 늘 하던 말투로 동료들과 대화를 주고받고,
저녁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하루지만,
마음과 몸이 불안하고 신경쇠약인 사람들은
일상적이 하루에도 가슴이 먼저 굳어지고 호흡이 깊게 내려오지 못합니다.
갱년기 증상, 화병, 불안장애, 우울증 다양한 말이 붙여집니다.
가만히 있으면 더 뚜렷해지는 불편한 감각들은
특히 머리 위에 눌어붙는 안개처럼 밤에 특히 밀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II. 융은 이 시간을 ‘페르소나가 벗겨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낮의 그는 괜찮았다.
낮에는 직장인이라는 페르소나가 그를 잡고 있었다.
페르소나는 좋은 가면이다.
그걸 쓰면 사람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밤은—모든 가면이 스스로 내려가는 시간이다.
융은 말했다.
밤은 스스로의 진짜 목소리가 올라오는 시간이라고.
낮 동안 밀쳐냈던 그림자들이 몸을 먼저 두드리기 시작하는 시간이라고.
난 지금 불안하다.
그림자는 항상 몸으로 말한다.
잊은 줄 알았지만, 사실 아직 풀리지 않은 감정이 있다.
그림자는 늘 신체감각으로 올라온다.
그래서 그 사람은 말했던 것이다.
머리는 괜찮다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요.
III. 내면가족체계(IFS) 관점에서 보면,
IFS는 우리의 마음을
하나의 사람이 아니라 여러 파트(Parts)의 집합으로 이해합니다.
밤에 흔들리는 K 씨의 심장은,
그 파트들 사이에서 오래 눌린 이야기가 올라온 것입니다.
1. 낮의 K 씨를 움직이는 존재 — 관리자 파트(Manager)
낮 동안 K 씨를 움직인 것은
괜찮은 척하는 어른이 아니라
그를 혹사시키며 버티게 했던 관리자 파트였습니다.
관리자 파트는 늘 완벽해야 했고,
불안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지간한 건 네가 참아.
실수하면 안 돼.
지금 흔들리면 무너진다.”
그의 정성과 노력에는
늘 긴장이 섞여 있었습니다.
2. 밤에 폭주하는 감각 — 소방관 파트(Firefighter)
밤마다 열이 오르고, 두근거림이 시작되는 것은
관리자가 억누른 감정이 터져 나오면
이를 막기 위해 소방관 파트가
성급하게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심장 두근거림, 열감, 명치 조임.
이건 망가진 신체가 아니라,
너무 열심히 K 씨를 지키려는 내면의 소방관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3. 가장 깊은 곳 — 유배자(Exile)의 목소리
IFS는 말합니다.
모든 과잉반응 뒤에는
늘 한 명의 어린아이가 숨어 있다고.
그 아이는 오래전
실수했던 날,
혼났던 날,
부끄러웠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밤은—
그 아이가 올라오기 가장 쉬운 시간입니다.
명치의 답답함은
그 아이의 오래 묵은 숨이고,
갑작스러운 두근거림은
그 아이가 “나는 괜찮은 척에 익숙하지 않아요”라고 보내는 진심입니다
밤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불안이 밀려올 때,
K 씨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이완 기술이 아닌 파트와의 대화입니다.
멈춤과 인식: 자율신경계가 과활성화 되었음을 인지하며 잠시 몸의 긴장을 멈추고, "지금 내 안에서 가장 긴장하는 파트가 누구인지"를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합니다.
경청: 두근거림이나 답답함에게 "너는 왜 지금 나에게 이 감각을 보내고 있니?"라고 조용히 묻고, 판단 없이 그 감각을 느껴줍니다.
안심: 자기(Self)의 따뜻함으로 그 불안한 파트에게 "네가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을 알아. 이제 내가 이 상황을 돌볼게. 잠시 쉬어도 괜찮아"라고 안심시키는 말을 건넵니다.
몸이 말을 안 들을 때, 내 몸에 여러 부분이 서로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