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번째 책을 내고서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 그리고 트럼프

by 요아킴

1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그동안의 학습 내용을 엮어서 책을 발간했다. 2021년에 처음 낸 책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4년 전에 처음 책을 낼 때는 매우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저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내용들을 정리했고, 가끔 친구가 운영하는 작은 에너지 전문 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었다. 발행인 겸 편집장 겸 기자인 그 친구는 자기 신문에 빈 면이 생길 때 연락을 해서 에너지나 전기 관련으로 칼럼을 쓰라고 했다. 그 친구와의 대화 중 책 이야기를 했고, 본인이 출간해 주겠다고 했다. 지금 그 책은 절판된 상태이다.


왜에너지전환인가.jpg




다시 책을 쓰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 환경 때문이었다. 굳이 기후위기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에너지는 지금 극적인 전환의 식기이다. 사실 에너지 전환은 인류가 문명이라는 것을 일군 이후부터 항상 있어왔다. 두 발로 직립보행을 하게 된 인간에게는 손이라는 무시무시한 기관이 생겼다. 영장류 일부를 빼고 손을 사용하는 동물은 없다. 손이 자유로워진 인간은 도구를 쓰기 시작했고, 불 사용은 인간과 나머지 존재들의 차이를 극적으로 갈라놓았다.


화산 폭발이든 무슨 이유이든 자연발생적인 불인 항상 있었다. 모든 동물들은 불을 무서워했고 불로부터 도망쳤다. 하지만 인간만 불을 손에 넣었고 심지어 불을 만드는 방법을 터득했다. 에너지 혁명의 시작이었다. 이후 지능이 발달할수록 밀도가 더 높은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어졌다. 나무에서 석탄으로의 변화는 두 번째 에너지 혁명 또는 에너지 전환이었다. 석탄이라는 엄청난 화력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철을 녹이기 시작했다. 세 번째 에너지 전환과 혁명은 석탄 보다 더 화력도 좋고 저장과 운반도 쉬운 석유였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지배적인 화석에너지가 바로 석유이다. 그리고 지금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의 시대이다.


에너지 산업 현장에 있다 보니 이와 같은 자연스러운 에너지의 변화를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깨달음이 왔다.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결국 태양이라는 사실이다. 태양 에너지를 품은 식물과 동물, 그리고 그들이 변해서 만들어 낸 석탄과 석유, 모두 태양에서 왔다. 바람과 햇빛으로의 전환도 다시 자연에너지, 즉 원초적 태양에너지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지금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의 재등장을 나는 예견했다. 세계화와 자유화로 붕괴한 미국의 제조업, 직장을 잃고 분노에 찬 소위 말하는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 계급, 남부 시골의 고졸 이하의 힐 빌리들, 이들은 분노하고 있다. 자본주의 왕국 미국 몰락의 핵심은 그들은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금융이라는 돈놀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비생산적이고 소비적인 국가로 전락했다. 자신들은 자본주의의 발전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거품에 거품을 물고 채권과 파생금융상품으로 연명하는 미국은 결국 멸망으로 간다. 이 과정에서 소외된 저학력 저소득층에게 멀쩡한 거짓말을 하는 자가 바로 트럼프이다. 나는 지난해 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미국과 그 추종자들을 공멸로 내몰 것이라고 생각했다.


트럼프가 부르짖는 관세는 사실 그의 창작품이 아니다. 건국 초기 연방주의자 알렉산더 해밀턴과 분리주의자 토마스 제퍼슨의 중상주의와 중농주의 논쟁, 19세기 미국의 영토 확장이 태평양 연안까지 갈 잭슨 시대에서의 대유럽 고립정책, 그리고 1980년대 후반 로스 페로에 이르기까지 미국에는 항상 관세를 통한 시장보호주의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압도적 생산력을 갖춘 미국인의 다수는 보호주의보다는 개방주의가 자국의 이익에 더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소련의 멸망 이후 미국은 이를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들고 나와 세계를 공포로 떨게 하면서 시장개방을 들이밀었다. 한미 FTA를 비롯해 세계화는 미국의 자신감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를 반대로 하고 있다. 이는 결국 미국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여럿 생각을 하면서 책을 썼다. 미국이 망하려면 앞으로 30년은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이 망하든 말든 생존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대적 숙명으로 우리 눈앞에 있다. 화석에너지 빈곤 대한민국, 어떻게 할 것인가? 에너지 안보라는 말이 당연히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감옥행이 확정적인 윤석열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주변의 말만 듣고 원자력만 내세웠다. 그를 내쫓고 권력을 잡은 이재명 대통령도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에너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다. 그저 인공지능만 떠든다. 그의 주변에는 환경주의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심지어 기후에너지부라는 괴물을 만들겠다고 한다. 기후나 환경부는 환경을 위한 규제기관이다. 에너지부는 에너지를 개발하거나 수입하거나 배분하는 산업진흥기관이다. 이 두 기능을 하나로 묶으면 실패다. 영국에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었다 없앤 이유가 그것이다. 이런 말을 해도 아무도 이해를 못 한다.


책표지.jpg


아무튼, 날로 더워지는 여름, 언론은 호들갑을 떤다. 그저 폭염이라 해도 되는데 극한 폭염이 어쩌고 하면서 사람들을 더 공포스럽게 만든다. 그래야 장사가 되는 게 언론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은 대부분 외국 기준으로는 엘로우 페이퍼 수준이다. 분석도 없고 검증도 없고 그저 소문 퍼 나르기에 바쁘다. 기사의 길이는 외국에 비해 턱 없이 짧다. 이런 혼란한 시대, 세계가 1930년대로 회귀한다. 모두가 각자의 민족이나 국가를 위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친일과 친미에 함몰된 우리나라의 극우 빼고 거의 모든 우파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참정당이라는 극우당도 나타났다. 중학교 때 읽었던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 다시 생각난다.


더운 여름, 모두의 행복을 기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력산업 민영화, 그 뒷 이야기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