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로 또 다시 물건씨를 사요
서울로 이사를 하고 한동안은 물건이 없는 시간을 보냈다.
지인들이 놀러오면 이사짐 다 들어 온거 맞냐고 할 정도였으니까....
이사와 동시에 2018년 평창올림픽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이 한달동안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지 않아서 난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잠자는 시간 빼고 올림픽을 시청했다.
올림픽이 왜이렇게 재미있는지....청소는 뒷전이었다.
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둥원했다. 집을 보니 엉망이었다.
그 엉망은 청소를 안해서가 아니라 물건이 제멋대로여서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그 당시 이사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큰 가구는 사지 못했지만 난 야금 야금
물건씨를 구매했다.
이건 이래서 필요하고 이건 저래서 필요하고 특히 아이들 용품의 비중이 가장 컸다.
부모의 마음이라는게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사주고 싶은 마음아닌가?
그마음에 하늘에 닿았는지 아이들 장난감, 영양제, 간식, 옷 등 마구 잡이로 사들였다.
계속 물건을 집에 들이니 집은 엉말이 되었다. 한 방을 아이들 장난감 방으로 만들었는데 그 장난감에 발을 몇번이나 다쳤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또 이사를 하고 아이들 엄마를 만났는데 하필 다단계를 하는 엄마였다. 아이들 피부에 좋다하여..... 난 적금까지(신랑몰래들은) 깨가며 아이들 영양제와 로션, 내 화장품을 계속 사들였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큰 뻘짓이었다. 그런데 그때는 왜이렇게 좋아 보였는지 모른다.
다단계 제품이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닌 계속 사야하는 시스템이기에 정말 많은 물건을 사며 내 서랍장에 쑤셔 넣기 바빴다.
이렇게 우리집은 작은 물건이지만 점점 물건씨의 집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번은 큰아이가 헹거에서 옷을 꺼내다가 헹거가 우르르 무너져서 옷더미 속에서 아이를 발견한 적도 있다.
난 이것을 보며 당연한 것이 아닌 또 다시 미니멀의 필요성에 대해 느꼈다.
하지만 미니멀 미니멀은 외쳤지만 사람들에게 보이기위한 그런 어설픈미니멀을 하며 하루 하루를 살았다.
어떤것이 우선순위인지 모르고 말이다.
물건을 비워도 내집은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물건이 늘어나는 마법을 보이니... 더 한숨이 나왔다.
어떻게 해야 미니멀이 가능하지?( 그때에도 내머릿 속엔 여전히 사사키후미오의 방만이 미니멀인 줄 알았다.)
난 평생 미니멀리스트로 살 수 없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또다시 물건씨와 합숙을 준비하고 있었던것 같다.
우리집이 엉망이 되니 내 머릿속도 엉망이 된 그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