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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영섭 Oct 18. 2024

한국이 싫어서

처음 느껴본 자유

대학원 졸업 후, 나는 가족 포함 모두와 연락을 끊고 태국에 갔다. 도착한 첫날, 사실 너무 막막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긴 했지만 처음 간 해외여행이었으니 그것도 잠수타고,, 이래도 되는건가 싶은 생각과 앞으로 여행을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거 재밌게 지내보자는 마음에 투어도 신청하고, 혼자 밥먹고 산책도 갔었다. 공원에서 산책 후에 벤치에 누워있는데, 살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이렇게 자유로울수 있다니.. 그러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슬픔인지, 외로움인지, 행복인지, 그리움인지 알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오면서 갑자기 가족들이 떠올랐다. 부끄럽지만 부모님이 보고싶다는 생각도 처음 해봤다.


그렇게 3일만에 부모님한테 전화를 드렸다. 많이 걱정하실거란 생각에 혼날거란 각오를 하고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지내고 계셨다. 아무래도 나라는 사람을 잘 이해하셨나보다 하하,, 태국 한달살기를 하며 정말 많은걸 깨달았다. 내가 자유로울수 있다는 것, 눈치 안보고 사는 법, 낯선환경에 적응하는 것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걸 느꼈고 특히 나는 정말 정이 많은 사람이구나, 사람을 싫어하는줄 알았지만 결국 좋아했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보고싶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오르면서 다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내 어릴적 친구들도 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고, 내가 보고싶었던 사람들이 그래도 나를 많이 생각해주는구나 라는 걸 느꼈다. 한달간의 여행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일상생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고 취향이 어떤지, 내가 나의 절친이 되어서 앞으로는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살고 싶다는 확신이 들게 되었다.


이후 나는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살면서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들도 사귀고 같이 여행도 많이 다녔다. 내가 어릴때부터 꿈꿨던 것들이 하나둘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특히나 나는 남들 눈치를 많이보고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았는데 여기에서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졸업하는 날, 언젠가는 꼭 다시보자는 말을 남기고 베트남으로 봉사를 떠났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했었는데 즐겁고 힐링이 되기도 했지만 힘들기도 했다. 성향이 다른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고 체력적으로도 점점 지쳐가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뭘 위해서 여길 왔지?’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얼 원했고, 어떤걸 얻기위해, 바라는게 뭐였길래 해외로 오게 되었지?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결국엔 나는 한국이 싫어서, 해외에 가면 뭔가 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사로잡혀서 온거 아닐까? 하루빨리 여기를 벗어나서, 도망친다면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그렇게 원래 계획했던 세달이 아닌 한달만에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에 보고싶었던 친구들도 만나고, 필리핀에서 만났던 일본, 대만 친구들을 만나러 여행을 다니면서 어떻게 보면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소소한 일상을 즐기면서 사는게 행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가 처음부터 계획했던 호주는 가봐야지, 워홀을 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깨지더라도 꼭 해외에서 정착하고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여러 생각과 고민들을 안고 나는, 호주에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가게 되었다. 행복은, 내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고 성취함으로써 오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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