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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들어갈 때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가세요

여포아내입니다

by 여포아내

이번 주 화장실 청소는 남편 담당입니다.

일요일이 넘어가고 월요일 저녁이 되어가는데 아직 청소가 안 되어 있네요.


“여보, 이번 주 청소 안 했죠?

우리 집 화장실이 공중화장실처럼 되어가고 있어요”

네~

청소를 미루고 미루던 남편은 청소도구를 챙겨 화장실에 들어갑니다.


“쓱쓱쓱” “쿠드닥닥 쿠드닥닥” “쏴쏴쏴”


40분쯤 지나고 남편이 나옵니다.

“아 진짜 깨끗이 청소했다.

여보, 이리 와서 화장실 구경하세요

한별아, 아빠가 얼마나 청소를 잘했는지 너도 와서 봐라.

참, 구경할 때는 선글라스를 껴야 할 거야.”


“설마.. 화장실이 너무 깨끗해 눈이 부실까봐 선글라스를 끼고 오라는 건 아니죠?”

“맞는데”


아들은 아빠말에 달려와 화장실을 들여다봅니다.

“우와 아빠, 선글라스를 안 꼈더니 진짜 눈이 부셔요.

세면대를 아예 새로 산 거야?

아빠 청소 진짜 깨끗하게 잘했네”


엄지 척 칭찬해 주는 아들과 달리 저는 남편의 이런 자신만만한 태도에 왠지 트집을 잡고 싶어집니다.

"흐음. 그렇게 자신있단 말이죠? 그럼 제가 검사해봐도 되겠어요?"

아주 괜찮다고 하네요.



화장실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죠.

욕조 아래 꺾여서 잘 안 보이는 부분, 변기커버 연결 부분

이런 곳을 매의 눈으로 살펴봅니다.


트집 건수야 걸려라 걸려라...

남편은 화장실 문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숙제 검사 받는 아이처럼 서 있습니다.


❛ 웬일이지? 오늘따라 진짜 깨끗하게 했잖아? ❜

❛ 옛날에는 이런 데서 다 걸렸는데?


몹시 아쉬워서 씁쓰름한 표정으로

"합격" 을 외쳐주자

남편은 그제야 "이예 !!" 즐거워합니다.


"여보, 왜 트집 잡고 싶어도 잡을게 없죠?

내가 여보가 그럴줄 알고, 오늘은 그런 안 보이는 곳만 청소 했지요.

대신 벽이랑 바닥은 대충 했어요. 룰루룰루 "

"뭐라고요!"


"내가 뭐 여보처럼 겉에 보이는 데만 하는 줄 알아요?

여보는 배관 이런데 하나도 안 닦죠?

저는 배관까지 다 뽑아서 속까지 싹싹 닦는다구요"


"아~ 화장실이 눈부셔서 오래 있을수가 없네

여보도 그럼 얼른 나오세요. 아니면 선글라스를 끼고 구경하든지요"


네 여보 참 잘했어요.

정말 깨끗해 눈이 부실 지경이에요.

여보는 청소를 진짜 깨끗하게 잘해요.

여보 최고라며 엉덩이를 톡톡 해 주니 남편은 기분이 더 좋아보입니다.




**다음엔 돈을 너무 좋아하는 남편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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