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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좀 변태 같아요...”(변태아내  ep.1)

변태아내

by 여포아내 Mar 26. 2025

남편 턱에 난 수염을 뽑아보고 싶어요.

족집게로 뽑고 싶어요.        

  

면도해서 말끔했던 얼굴이 거뭇해지는 저녁.

남편 얼굴에 가만히 들이댑니다.

“여보 저 수염 몇 개만 뽑아도 돼요?”     


남편은 아마 이런 말을 생전 처음 들었을거에요.

찌그러진 표정을 하고 저를 바라봅니다.

수염을 뽑겠다니, 아니 뭐 이런 사람이 있어!   그런 뜻이겠죠?


그래도 착한 남편은     

“그.. 그래요...   하나만 뽑아요”

벌써 마음은 기뻤고 족집게로 쑥 뽑아요.  “아얏!”      

    

남편의 아얏 소리는 안 들려요.


뽑아든 수염털을 전등빛 밝은 데로 가 눈높이 위로 들어올리고 유심히 바라봅니다.    

 

“여보 이것 좀 보세요.

 겉으로 나온 건 1mm인데 뿌리가 이렇게나 길다니.

 진짜 신기하다.

 뿌리 끝은 이렇게 부들부들하고 촉촉해요. 살에 닿아보면 촉촉해요.

 여보도 살에 한번 대 보실래요?”          


그런 저를 봤다면 누군가 떠올랐을지도 몰라요.



골룸... 마이 프레셔스..........        


뽑아든 수염털을 한참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다가

다시 희번득해진 눈으로 남편에게 향합니다.

“여보 하나만 더 뽑을게요.

 아니다. 1제곱센티미터를 뽑게 해 주세요”

“안 돼요. 얼마나 아픈데요”

“히잉 ”          



실망한 저한테 미안했는지 남편은 뜻밖의 말을 합니다.


“얼굴은 아파서 안 되고

대신 제 오른쪽 다리를 내줄게요. 이 다리털 다 뽑아요”     



그 순간

꽃들이 사방에서 팡팡 터지고

꽃가루가 흩날리는 환상을 경험합니다.

샤랄라라랄라

남편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 오른쪽 다리를 내주겠다니! ’

‘ 엄지발가락에 난 몇개 털도 아니고 다리 하나 전체를 내주겠다니! ’

‘ 내가 털 뽑는 거 좋아하는 줄 오해하고 아파도 참고 다리 하나를 내주겠다니! ’   

‘ 뿌에엥 ’          



그러나 저는 변태가 아닙니다.


수염 몇 개만 뽑겠다는 거지 뭐 그렇게 다리털 전체 하나하나 뽑아가며 좋아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남편이 오해하고 다리하나를 내주겠다는 그 큰 사랑에 큰 감동을 받았지만

저 막 그렇게 털 뽑으며 좋아하는 사람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늦었나봐요...

남편은


“아니에요. 여보는 좀..   변태끼가 좀 있는 거 같아요”    



 


**다음에는 새학년이 되어 고군분투하는 아들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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