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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짓 하는 아내

여포아내

by 여포아내 Mar 22. 2025

아내인 저는 캐릭터가 두 개입니다.


밖에서 저는  ‘바보’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면 말귀를 한번에 잘 못알아들어요.

내가 말할 차례에서는  “네? 에? 어버버...”하며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고요.


그제 도서관에 갔다 나왔는데

제 차 앞에 누가 바짝 주차를 해 놓아 빠져나올 수가 없었어요.

도로 도서관에 갔다가 문 닫을 때쯤 나와보니 그 차가 없더라고요.       

휴 다행이다...


이 얘길 들은 동생 화가 났어요.

“그게 무슨 다행이야! 당연히 전화해서 차 빼 달라고  해야지!

 어휴, 언니는 똑똑한 것 같다가도 어떨 때 보면 좀 바보 같아!”


 네.  제가 봐도 해야 할 말 못하고

“어버버... 에?”나 하고 있으니 바보 같아요.     


그러나 집에 와서는요 아주 딴판입니다.     


“여보! 젖은 빨래거리는 펼쳐놓아야 한댔지요? 안 그럼 곰팡이 핀다구요!”

“여보! 아이스크림 먹고 난 막대기는 제발 휴지통에 버려요.

 소파 밑에 숨겨놓지 말고요!”

한별아! 너도 학교 갔다오면 가방은 네 방에 둬. 거실에 두지 말고!”


오늘도 남편과 아들에게 큰소리 뻥뻥합니다.


거실에서 마른 빨래를 개던 남편과 아들이 서로 마주보며 소곤거립니다.

한별아, 엄마 또 여포짓 한다”

“여포짓? 그게 뭐에요?”

“뭐긴 뭐야. 엄마가 저러는걸 보고 딱 여포짓 한다고 하는 거야.

 밖에서는 남한테 찍소리도 못하고

 집에서 이렇게 너하고 나만 잡는거 아니냐

 집에다 CCTV를 설치하고 그걸 사람들한테 보여줘야해”

“맞아. 엄마는 우리한테만 뭐라고 해”     


행동과 말투는 소곤거리듯 말하지만 제 귀에 다 들리게끔 하지요.

“여보 밖에서도 한번 지금처럼 해봐요.

 사람들은 여보가 천사인 줄 알 텐데  우리한테 하는 것처럼 밖에서도 한번 해봐요.

 사람들 반응이 너무 궁금해요”     


네 여포짓이 정확히 무슨뜻인지는 모르지만

이게 여포짓이면 여포짓인거지요.

하지만 밖에서 이랬다가는 아무도 받아주는 사람이 없는 걸요.

누가 이런 저를 받아주겠어요

저도 여보랑 아들이니까 믿고 그러는거에요...     


“그래 한별아 엄마가 좀 불쌍한 거 같다.

 엄마가 어디 나가서 큰소리 한번 쳐보겠니. 집에서나 그러는 거니까 우리가 좀 봐 주자.”

“그래요”

고마워요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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