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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Apr 16. 2024

[2024 독후기록 22]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교수님. 구석기시대에서 고구려까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어떤 느낌일까요?  천국에 있는듯한 느낌?

저는 좋은 작가님이나 좋아하는 책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는 느낌인데요.  유홍준 교수님의 신간을 만날 때마다 사랑에 빠져들게 되네요.  작년 5월 빛고을 광산구청에서 교수님을 초청한 강의에도 열일 제쳐놓고 참석했었는데, 작년 11월 오랫동안 기다리던 책이 출간되어 기쁜 마음에 읽은 책입니다.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창비, 2023년11월, 볼륨 320쪽.


유홍준 교수님 신간입니다.  2022년 10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 편 3,4]를 내시면서 책 서문에 향후에는 [국토박물관 순례(당시에는 假제목)]로 찾아오겠다 하셨는데, <터미네이터 3> 에선가 슈워제네거가 용광로 같은 불구덩이에 빠지면서 한 마지막 대사,  “I’LL BE BACK.” 약속을 지키셨네요.   1, 2권이 같이 나왔는데 1권은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와 초기철기시대를 거쳐 고구려까지입니다.  2권은 대출 중이라 도서관에 예약도서 신청해 놓았습니다.


교수님은 1949년생으로 칠십 대 중반. 굳이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분입니다.  1991년 5월 月刊 <사회평론>에 非전공자들을 위한 문화유산 해설 글 연재를 시작하셨고, 여기에 실린 글들을 모아 다시 고쳐 써 1993년 5월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이하 ‘나문답’)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으셨습니다.  그 책 서문에 조선시대 학자인 유한준 님의 유명한 글귀를 인용하셨었죠.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前과 같지 아니하다.”  그렇게 시작했던 [나문답]이 국내 편(북한 포함) 12권, 일본 편 5권, 중국 편 3권 총 20권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문답] 1,2,3권 서문을 찾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1권(처음 출간 때에는 1권이라는 표시가 없습니다) 서문에 이번 책의 書名이 된 ‘국토박물관’이란 표현이 첫 문장에 나오더군요.  “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이 문장을 실증하기 위해 30년간 열두 권(일본, 중국 제외하고)의 답사기를 펴내셨는데, “어림 잡아 남한 땅을 다 쓰는데만 50회(<사회평론> 연재글 기준)는 족히 넘을 것 같으니 책으로는 서너 권의 분량이 될 것 같다”라고 하셨는데, 정작 쓰다 보니 서너 권이 아닌 20권이라는 방대한 저작이 되어 버렸습니다.


집에 소장된 교수님 책을 모아 보았습니다.  [나문답]뿐 아니라 [화인열전], [완당평전] 등 대략 스무 권 정도 있네요.  어느 순간부턴 책을 사기보단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고 소장할만한 책이라면 나중에 구입하는 식으로 바꾸었는데, 교수님 책을 모아보니 드문드문 빠져있는 책들은 채워 넣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깁니다.  무소유를 말씀하신 법정 스님의 가르침에는 위배되는 행동을 ㅎㅎ

[나문답] 1권은 두 권이 있네요.  집사람과 제가 각자 가지고 있던 책이었는데, 95년 결혼하면서 책이 합쳐지다 보니 두 권이 되었어요.  제가 가진 책은 1권이라는 표시가 없고, 집사람 책은 94년 7월에, [나문답] 2권이 나오면서 기존 1권이 2판으로 나온 거였던 모양입니다.  2권에서부터 책의 副題를 달기 시작하셨거든요.  쓰다 보니 책 내용은 이야기 않고 교수님과 [나문답] 이야기만 한 듯합니다.


구석기 편은 연천 전곡리 이야기가, 신석기 편은 패총이 산재한 부산 영도, 신석기에서 청동기, 초기철기시대는 이 시대 유적들이 혼재한 울산 언양(고래가 그려진 반구대 암각화가 여기에 위치) 이야기가, 중국 편에선 동북공정으로 발해, 고구려 유적에 대한 우리나라 연구진들의 방문 학술조사를 중국이 금지하고 있는지라 오래전 다녀온 압록강, 고구려의 첫 도읍지로 오녀산성 등이 있는 환인지역, 장군총과 광개토대왕비 등이 위치한 접안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교수님의 글은 늘 편안합니다.  기행문 형식이기도 하고, 역사적 의미로 서술하면서도 현재 그곳의 의미에 대해서도 같이 설명해 주시니, 제대로 된 해설가 혹은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인 듯 편안하고, 함께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네요.  연천군에 위치한 전곡선사박물관에는 꼭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2권은 백제, 古신라, 가야 답사기로 채워져 있다는데 얼른 읽고 싶어 지네요.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거쳐 근현대까지 집필 예정이라니 이 국토박물관 순례 시리즈도 족히 서너 권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나문답]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너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라는 이야기의 현실판이란 생각도 들고요.  활동하기 좋은 이 계절에, 일독을 강추드립니다.


올해 22번째 책읽기

#독후기록   #유홍준   #국토박물관순례   #나의문화유산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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