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유석 前 판사의 두 번째 선택
[나로 살 결심]
副題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 번째 선택
문유석, 문학동네, 2025년 11월, 볼륨 241쪽.
11월에 나온 뜨끈뜨끈한 신간입니다.
문유석 님은 23년간 판사로 첫 번째 인생을, 2020년 초 퇴직하여 현재 전업 작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퇴직 후 일반적인 루트인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고 전업 작가를 선택했습니다. 판사 재직시절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쾌락독서], [최소한의 선의] 등을 출간했고, [미스 함무라비]는 성동일과 고아라 주연으로, [악마 판사]는 지성, 김민정 주연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달 6일부터 TVN에서 방송 중인 정경호 주연의 [프로보노]의 극본가 이기도 합니다.
총 3부 구성입니다. 1部 ‘첫 번째 삶과의 작별’은 23년간의 법관 생활에 대한 소회입니다. 과거에 대한 미련보다 다가올 앞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작가가 퇴직 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자신의 첫 번째 인생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본 내용입니다. 자신이 사표를 내는 날부터 시작해,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사법부를 바꿔놓고 싶었던 순진한 이상주의자로서의 이야기를 차분이 풀어냅니다. 재판하랴, 글 쓰랴, 기고하랴 정신없이 살았던 시간으로 보입니다.
“인간이란 왜 직접 당하지 않고는 진짜로 타인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문장에 눈길이 오래 머뭅니다.
2部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에선 퇴직 후 전업 작가로 살아가며 겪은 좌충우돌 충돌기입니다. 하필이면 퇴직하자마자 코로나 시대를 맞았고, 경제적인 안정(?)을 위해 주식투자를 한 이야기도 풀어놓습니다.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만 주식투자로 얻은 교훈 4가지를 정리해 보자면,
1. 개미는 절대 매도, 매수 타이밍을 맞출 수 없다.
2. 투자로 단기간에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3. 하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하지 않으면 장기간에 걸쳐 빈곤해진다.
4. 투자는 행복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감이 가시나요?
‘인생은 실전’이라는 첫 번째 꼭지 글이 인상적인데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인생은 실전이다.”는 권투선수 마이클 타이슨의 명언 앞에서 실소를 머금게 됩니다.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게 인생일 순 없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좋아했던) 財테크도 여행도 행복을 담보해 주지는 않았다. 일과 삶의 균형이란, 일도 치열하게, 삶도 치열하게 살아낼 때 찾아온다(158쪽)”는 문장에 밑줄 쫙. 그리고 똥그라미!
3部 ‘매력적인 오답을 쓰는 삶’에서는 자신이 왜 전업작가의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작가로서 경험한 이야기와 더불어 앞으로 자신이 작가로서 하고 싶고, 쓰고 싶은 것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판사로서, 작가로서 살아온 삶을 “판사든 작가든, 타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삶이라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질 것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216쪽)”는 문장에서 살아온 내공이 느껴집니다.
“글은 삶에서 나온다. 좋은 삶을 살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230쪽)”는 독백. 맞습니다.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게 맞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건 당연한 이치니까요.
두껍지 않고 편안하게 읽히는 책입니다. 하지만 이 속에 담겨있는 내용은 가볍지 만은 않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고요. 이제 <프로보노>를 닥본사 하느냐, 아니면 평소같이 종영 후 몰아보기 하느냐의 선택만 남았습니다. 외람되지만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2부작을 지난 토, 일요일 몰아보기 했거든요. 류승룡과 명세빈의 연기를 보며 내 일인 듯 감정이입이 되는… 명퇴를 신청하고 집에 돌아온 남편을, “그동안 고생했다”며 두 팔 벌려 따스하게 안아주는 장면은 11년 전 제 아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 아리면서도 찡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또 이야기가 옆길로 샜군요.
일독을 추천합니다.
올해 92번째 책읽기
#문유석 #나로살결심 #독후기록 #프로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