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독후기록 2] 편의점에서 잠깐

정호승 시인의 15번째 신작 시집

by 서민호

[편의점에서 잠깐]

정호승, 창비, 2025년 8월, 볼륨 199쪽.



정호승 시인의 15번째 新作 시집입니다. 바로 전 [슬픔이 택배로 왔다(2022.09월)]이후 삼 년 만입니다. 미발표 100편을 포함, 총 125편이 실려 있습니다.


1950년 1월 생이니 올해로 76세. 서정시인의 대표주자 중 일인입니다.

시집 말고도 산문집, 그리고 시가 있는 산문집으로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2020)],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2024)]와 같은 책을 펴냈는데요. 나태주, 이해인처럼 이름 석 자로 믿고 보는 시인입니다.


가톨릭신자임에도 불교 관련 시들도 많습니다.

이번 시집엔 역설적인 표현들이 대개 많은데요. 오연경 문학평론가는 '원숙함 너머의 미완'으로 시집을 규정합니다.


제 눈길을 사로잡았던 詩句 몇 줄 소개합니다.


사랑의 작은 그릇 하나로

배고픈 모든 인간을 배부르게 할 수 있다.

<작은 그릇 하나로(94쪽)>


가난은 가난을 나눌 수 없을 때 가장 가난하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聖者를 기다리며 <112쪽)>


사랑을 안다는 것과

사랑을 한다는 것은 전혀 달라요.

당신은 사랑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랑을 하지는 않았어요.

<기차는 떠났어요(132쪽)>


손은 밥과 빵을 먹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잡아주기 위해 있는 것인 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

잡았다가도 일부러 놓아 버린다.

<바람의 눈물(176쪽)>


예전 작가님 책에서 읽은 구절 중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고, 읽는 사람의 것이다."는 내용이 기억납니다. 바로 직전 읽었던 시티븐 킹의 말,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어 독자의 상상력으로 끝나야 한다”는 구절과 맥을 같이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와 소설은 다르지만, 문학이라는 점에선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시는 인간을 이해하게 하고, 인간의 삶을 위안해 주는 그 무엇이다."는 시론을 가진 정호승 님. 이번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든 시 全文을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당신이 내일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그곳에 없어요

당신이 내일 나를 기다린다면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언제나 당신이 살고 있는 오늘에 있어요

나를 사랑하더라도 오늘 이 순간에 사랑해 주세요

나를 기다리더라도 오늘 이 순간에 기다려 주세요

나에게 국밥 한 그릇 사주시려면

배고파 견딜 수 없는 오늘 이 순간에 사주세요

아무도 내일 나를 만날 수 없어요

지금까지 내일 나는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내일에게 받은 편지>


좋은 분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


올해 2번째 책읽기.


#정호승 #편의점에서 잠깐 #독후기록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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