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독후기록 3] 걷다

열린책들 하다 엔솔러지.

by 서민호

[걷다]

열린책들 '하다' 엔솔러지 1.

김유담 外 4인, 열린책들, 2025년 9월, 볼륨 188쪽.



열린책들에서 '하다 엔솔러지'로 걷다, 묻다, 듣다, 보다, 안다 5가지 행동을 주제로, 권당 다섯 작가와 다섯 작품씩, 총 25개 단편소설을 묶어 펴낸 책중 첫 권입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 문학계의 젊은 작가들 작품이 페미니즘, 퀴어 등을 다룬 주제가 많아(난무했다가 더 적합한 표현) 한동안 소설 읽기를 자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문학상 수상 작품집도 이런 시류가 반영되기도 했었고요.


최근 여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소설이 늘어 읽을만합니다. 특히 성해나 님 소설집 [혼모노]를 읽고 난 후 이 작가에 흠뻑 빠졌습니다. 제2의 한강 작가가 나타났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서가에서 책을 살피다 작가 이름에 성해나가 있어 선택한 책입니다.


첫 작품 [없는 셈 치고]는 김유담 님 소설입니다. 1983년 생으로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부모로부터 버려져 고모의 손에 양육된 선화가 겪는 이야긴데요. 부모의 부재, 집안내력(암 가족력), 보이스피싱, 사이비 종교, 건강에 좋다는 황톳길 맨발 걷기 등 여러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두 번째 [後步]는 성해나의 작품입니다. 1994년생으로 이제 갓 서른을 넘었습니다. 201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요. 제목을 풀이해 보면 '뒤로 걷기'입니다. 쇠락해 가는 중소도시에서, 쓰러진 아버지 철물점을 물려받아 30여 년을 운영해 온 주인공과 단골로 다니던 째즈클럽, 그리고 음악이 버무려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관절염에 좋다는 뒤로 걷기가, 말 그대로의 後步이면서 퇴보를 의미하는 느낌입니다.


세 번째 작품은 이주혜 님의 [유월이니까]. 작가는 서울대 영교과를 나온 번역가이자 소설가입니다. 번역일을 먼저 하다 2016년 창비 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가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무덤, 정확히는 왕릉 사진을 찍어 보내는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주인공들의 두 가지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는데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전 아직 결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ㅠㅠ


네 번째 작품은 임선우 님의 [유령개 산책하기]입니다. 1995년생으로 2021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네요. 13살 먹은 노견 '하지'라는 이름의 코카스패니얼을 언니로부터 양육을 떠 넘겨받고, 백일 정도 함께 살다 심근병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하지가 다시 유령개로 찾아와 함께 생활하며 사랑과 추억을 쌓는 이야긴데요. 유령개가 주인뿐 아니라 그 개를 좋아했던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인다는 게 신기합니다. 작년 이맘때쯤 15년간 같이 살았던 짱구를 떠나보낸 제 입장에선, 읽다 감정이입 되어 마음이 먹먹해진 작품입니다.


마지막 작품은 유일한 남성 작가인 임현 님의 [느리게 흩어지기]입니다. 1983년 전남 순천 생으로, 전남대 국문과와 한예종 연극원을 거쳐,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네요.

글쓰기 교실을 다니는,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50대 후반, 홀로 사는 명길이 주인공입니다. 글쓰기 수업에 단 한 번도 강사가 내준 숙제(글쓰기)를 해간 적 없는 주인공이, 우연히 산책 길에 수첩에 메모를 적기 시작하고,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피해 찾은 정자에서 만난 사람들과 엮이면서 여러 상황이 벌어지는데요... '한가로이 가볍게 이리저리 거닐다'라는 의미의 산책이, 한자어로는 흩어질 散에 꾀 策으로 된 단어입니다. 제목에서 '흩어지기'는 散자의 의미를 차용한 걸로 보입니다.


짧은 단편소설들입니다. 정호승 님의 시집 보다 더 얇습니다.

골치 아파 머리를 식히고 싶으신 분 들이라면 가벼운 일독을 추천드립니다.


올해 3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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