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독후기록 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단편選

by 서민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 권윤정 譯, 꿈꾸는 아이들, 2003년 3월, 볼륨 325쪽.



톨스토이 단편선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톨스토이는 도스토예프스키와 더불어 19C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입니다. 얼마 전 <일당백>에서 이 둘을 비교 설명하는 방송(11월 3회에 걸쳐 조시 스타이너의 [톨스토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2019)]를 다룸)을 들었는데 흥미진진하더군요. 너무 유명한 분이라 자세한 작가 설명은 생략합니다.


총 9편이 담겨 있습니다. 검색해 보니 수 백 종의 책들이 여러 군데서 나왔더군요. 수록된 작품들이 제각각입니다. 제가 읽은 책은 2003년 출판한 책입니다.


첫 번째 수록 작품은 너무나 유명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입니다. 추방된 천사 미하일이 구두수선공 세몬의 집에 생활하면서 얻게 되는 깨달음인데요. 1)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랑’이 있다. 2)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육체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지혜’. 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해 ‘진실한 사랑’ 임을 전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문장에서 톨스토이의 종교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달걀만 한 씨앗>입니다. 아들보다 더 건강한 아버지, 아버지보다 더 젊게 사는 할아버지가 등장하는데요. “요즘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살아가려고 하지 않고, 남의 것을 넘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이 오직 神의 뜻에 따라서만 살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땀 흘려 얻은 것만 가졌을 뿐 결코 남의 것을 탐내거나 빼앗는 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주의로 불리는 그의 사상은 현대 타락한 그리스도교를 배제하고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며, 악에 대한 무저항주의와 자기완성을 신조로 사랑의 정신으로 전 세계 복지에 기여하는 것을 이룹니다. 차분히 곱씹어 봐야 할 문장입니다.


세 번째는 <바보 이반>입니다. 읽으면서 아기 돼지 삼 형제가 연상되기도 했는데요. “손에 못(굳은살)이 박힌 자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지만, 못이 박히지 않은 자는 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한다.”는 이반 나라의 룰은 단순 명료합니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마라는 의미일까요?


네 번째는 <꼬마 도깨비의 선물>. 술을 마시면, 첫 잔은 여우처럼 간교해지고, 두 번째 잔은 늑대처럼 흉포해지며, 세 번째 잔에선 돼지처럼 행동한다는 비유가 재미있네요. “사람들은 필요한 만큼의 곡식을 가지면 결코 그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곡식이 넘치자 그것에서 다른 즐거움(술)을 찾으려 했다.” 절제의 필요성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술 마시는 걸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진정한 애주가인 거죠 ㅋㅋ


<사랑이 있는 곳에 神도 있다>는 마태복음 25장 40절을 인용합니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선행을 베푸는 곳에 神은 늘 함께하십니다.


<사람에겐 땅이 얼마나 필요한가?>도 유명한 작품인데요. 더 넓은 땅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심을 이야기합니다. 룰은 딱 한 가지. 하루 동안 걸어 해지기 전에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면 그 넓이만큼의 땅을 가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절제하지 못하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됩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땅의 넓이는 그가 묻힐 수 있는 약 2평가량의 땅이 전부이니 지나친 욕심은 금물입니다..


<세 그루 사과나무>는 패스.

마지막 아홉 번째 작품은 예루살렘 성지순례 이야기를 풀어낸 <두 순례자>입니다. 신라시대 唐나라 유학을 가던 원효와 의상 이야기를 보는 듯 한 기시감이 들었는데요. 외람되지만 원효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해골바가지 물 이야기와, 그로 인해 깨닫게 된 ‘모든 법계는 마음의 산물이다’는 一切唯心造, 그리고 파계승으로 요석공주와 이두를 만든 설총을 낳았다는 정도입니다. 말이 또 옆길로 흘렀네요.

두 노인이 함께 성지 순례를 떠났으나, 한 명은 중간에 불쌍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도와주다 성지 순례를 포기하고, 다른 한 명은 계획대로 성지 순례를 다녀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어려운 이들을 도와준 이로부터 촉발된 ‘베풂의 릴레이’를 통해, 완주한 사람이 “몸은 순례를 다녀왔지만, 영혼은 모르겠다”는 독백을 하는데요. 진정한 믿음과 사랑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전국이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따끈한 어묵 국물에 정종 한 잔 생각도 나지만, 이불 밖은 위험하니 집에서 마음이 따스해지는 책을 읽음도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찾아보시면 집에 한 권 정도는 있을 법한 그런 책입니다.


올해 9번째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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