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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호 Feb 26. 2024

[2024 독후기록 11] 보편의 단어

이기주 님 신간 산문집.

[보편의 언어]

이기주, 말글터, 2024년 1월, 볼륨 287쪽.



이기주 님의 새로 나온 산문集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분의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글의 품격] 등을 읽었었는데, 정제된 말과 사고의 올바름, 이런 걸 좋아합니다.  책 검색하다 신간이 나왔길래 주저 없이 구입했고, 읽고 나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이기주 작가님은 서점을 산책하며 책을 읽는 소소한 자유를 위해, TV출연이나 기업 강연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강의를 해야 수입이 더 늘어날 텐데, 그런 경제적인 부를 자신이 생각하는 소소한 자유와 행복을 위해 맞바꾸신 분입니다.  “일정한 분량의 글을 쓰려면 한동안 말을 삼켜야 하고, 그래야 자신 안에서 책으로 전환될 만한 무언가가 쌓이기 때문”이라는데, 이런 작가님 원칙이 ‘신비주의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네요.  성균관대를 나왔고 잠시 서울경제신문 기자로 일하셨네요.  작가님의 책 [언어의 온도(2016)]는 약 160만 부가 팔린, 밀리언셀러 작가입니다.


사람의 삶을 떠받치고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보편의 단어 61개에 대한 단상입니다.  모두가 두 글자 단어인데요.  첫 단어 ‘일상’에서부터 마지막 단어 ‘죽음’까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보편’이라는 단어를 찾아봤습니다.  “모든 것에 두루 미치거나 공통되는 것”이라 풀이되어 있습니다.  영어로는 UNIVERSAL, GENERAL, COMMON이라 되어있고, ‘일반’이라는 말과 동의어이며, 반대말로 ‘특수’라 되어 있네요.  뭔가 특별하지 않은, 일반적이고 우리 일상과 함께하는 단어들에 대한 이야깁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는 무의미한 단어가 없다.  우리가 자주 읽고 쓰고 떠올리는 모든 단어엔 각자의 삶이 투영되어 있기 마련”이라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보편의 단어야 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라고 하면서요.


‘일상’이라는 단어에 대해 “불행은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라고 하시는데요.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나 애증이 아닌, 무관심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뜨립니다.

‘평범’에서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 위해선 평범하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시대를 우리가 살고 있다” 하시고요.

‘아픔’에서는 “삶은 고통 속을 통과하는 일”이라고.

어머님 간병을 직접 하며 “간병은 환자든 보호자든 둘 중 한 명이 생을 마감해야 끝나는 전쟁인지 모른다”는 이야기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됩니다.  긴 병에 효자 없고, 간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예요.


‘생각’이란 “마음의 밭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문장과, “초고는 아무 생각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쓴다”는 구절에서 글 쓰는 방법에 대해 간접적이나마 배우게 됩니다.

“낯선 것은 우릴 설레게 만들지만, 마음을 지탱해 주는 건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라며,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준다”는 구절이 제일 와닿았는데요.  “우린 타인을 내려다보면서 위로할 수 없다.  위로의 언어는 평평한 곳에서 굴러간다.  상대와 마음의 높이부터 맞춰야 하는지도 모른다(117쪽)”는 말이 가슴에 쑥 들어오네요.


“‘염려’는 ‘사랑’의 동의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반드시 염려하게 된다.”(125쪽)

“뭐든 제대로 알기 위해선 관심을 쏟고 시간을 들여 진득하게 들여다봐야 한다(153쪽)”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노력’과

“스스로를 보살피고 돌보는 일”이라는 ‘건사’,

“유한한 시간에 갇힌 존재”로서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단어도 인상적입니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결코 작지 않네요.  ‘일러두기’에 작은 글씨로 “보편의 단어라는 숲을 단숨에 내달리기보다 이른 아침에 고즈넉한 공원을 산책하듯이 찬찬히 거닐었으면 한다”는 작가님 당부처럼, 사흘에 걸쳐 조금씩 아껴가며, 생각하며 읽은 책입니다.


또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이번주엔 사흘간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으니 책 읽기 좋은 시간이 될 거 같네요.  이번주 이 책 추천 드립니다.


올해 11번째 책읽기


#이기주  #보편의단어  #이기주산문집  #독후기록  #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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