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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나는 이제 마무리하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소소한 도전에서 삶의 일부분이 된 남산과의 추억

by 레마일

2023년 9월 3일 남산을 오르기 시작하고 220번 이상 남산을 오르고 인증했다. 남산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나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나 또한 나의 인생에서 희로애락을 맞이하였다. 삶을 살아오며 무언가를 오랜 시간 꾸준히 한 적이 없었는데, 지난날의 인증 사진을 보며 뿌듯함과 동시에 나도 모르는 사이 인생의 자신감이 붙었다. 물론, 아직도 내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다 풀리지는 않았음에도 언젠간 해결되리라 믿고 오늘도 나의 발걸음은 남산을 향해있다.

남산을 오르며 가장 날씨가 좋았던 날의 추억

남산을 통해 변한 나의 세 가지

이젠 무엇을 하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닌, 그저 삶의 일부로서 자연스레 오르고 쉬어간다. 1시간 남짓 남산 둘레길과 계단을 거닐며 기쁨을 만끽하기도 하고 슬픔을 곱씹기도 했다. 남산을 꾸준히 오르다 보니 그래도 내 인생의 세 가지 변화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먼저, 전보단 조금 더 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꾸준히 계단을 오르고 산책을 하다 보니 과거 쉽게 지쳐했던 일들도 이젠 무난히 끝낸다. 물론, 20대에 잃었던 건강을 다 되찾기엔 아직 초행길이지만, 다행히 건강은 좋아지고 있다. 쉽게 지치지 않을 정도의 체력을 바탕으로 더 큰 목표를 위해 욕심을 내어 다른 운동도 시도하기로 다짐한다.


예전보다 내면의 화가 줄어들었다. 마음속의 분노는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오른 남산을 통해 잠잠해지며 되뇌다 상황을 전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 인생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해결책은 시간이라고 했던가? 분노에 고민에 잠겨 있던 나도 오르다 보면 어느 정도 봉인해제가 되고 감정은 잠잠해진다. 더 나아가, 스트레스도 전보다는 더 잘 풀리는 듯하다.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해 잦았던 혼술 또한 현저히 줄었다. 한 잔을 넘어 술 한 병의 위로보단 푸른 숲을 보며 거닐다 마주치는 남산이 이제 나를 위로해 준다.

보이지 않던 나의 꿈도 이제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어떠한 도전 앞에서도 겁은 줄고, 용기는 커졌다. 생각 속에서만 도전하고 포기를 반복하며 실행을 하지 않았을뿐더러 어느 하나 꾸준히 하지 못했던 인생이었다. 소소하지만, 남산을 오르겠다는 작은 도전 속에서 숱한 실패를 맛봤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득했다. 실패함에도 한 번 더 남산으로 향해보기도 하면서 저번에 실패했던 지점을 지나 계단을 하나하나 밟다 보니 이젠 자연스레 남산 정상이 보인다. 20대 때의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예전 모습에서 그랬듯 실패와 포기의 두려움이 많이 줄었다. 상상 속으로 도전하고 계획을 세우던 허황된 계획과 도전들도 남산을 통해 현실 속에서 데뷔하게 되었다. 늘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던 상상 속 계획이 이젠 실패를 맞서며 조금씩 인생에서 새로운 한걸음을 내딛게 되었고, 앞으로 나아갈 거란 당당한 용기와 함께 작은 발걸음을 이어나간다.


이제 마무리하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일주일도 가지 못할 것만 같았던 남산의 여정은 2주년을 앞두고 있으며 1,000회를 목표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남산을 통해 깨닫고 느낀 점을 정리하며 오랜 기간 마음에만 품었던 글쓰기를 남산을 통해 도전할 수 있었다. 딱 15개의 글만 올려보기로 마음을 먹고, 소개글과 목차, 그리고 매회 주제에 관한 글을 쓰면서도 정말 잘 쓸 수 있을지 걱정도 가득했다. 몇 시간을 앉아도 한 글자를 적지 못할 때가 있기도 했고, 앉자마다 여러 회차의 글을 한 번에 쓰기도 했다. 내가 남산을 통해 느끼고 얻었던 깨달음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25회가 넘는 글들을 쓸 수 있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카페에 앉아 글을 쓸 때면 초등학교 시절 독서감상문 쓸 때처럼 행복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산을 오르던 초심을 잊지 않고 싶다.

27번의 남산을 오르는 서로 다른 이유를 끝으로 잠시 접어두고 이제 새로운 글 주제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분야에 용기 내어 도전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남산을 오르는 글은 여기까지 일 수 있지만, 이제 내 인생의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린 남산 오르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1,000회 이상을 목표로 300회, 400회를 지나 계속 오르다 보면 분명 남산을 오르는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이 쌓일 테고, 그때가 된다면 다시금 남산을 오르는 두 번째 챕터를 열어보고 싶은 작은 소망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때까지 내가 처음 발을 딛었던 남산의 초심을 기억하며 포기하지 않고 덤덤하게 남산과의 인연은 지속되리라 믿는다.


지난 626일간 오르내리던 남산을 통해 나의 글을 읽어주신 구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아직도 많지만, 응원의 메시지와 진심이 담긴 댓글을 통해 희망과 용기가 되어 본래 포스팅 목표를 훌쩍 넘기면서까지 글을 쓸 수 있었다. 남산을 통해 글을 쓰겠다고 용기 낸 작은 도전을 시작되었고, 내 글을 구독해 준 분들 덕분에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해 달릴 수 있었다. 이제 더 용기를 내어 새로운 주제로서 글쓰기 또한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

쉼터이며 등대가 된 남산

남산은 나에게 있어 쉬어가는 쉼터임과 동시에 방황할 때 길을 내어준 등대가 되었다. 때론 파도같이 요동치던 나 자신도 남산 둘레길을 지나다 보면 잠잠해지며 지쳐 남산에 앉아있을 때면 선선한 바람이 나에게 인사를 하며 다시금 힘을 낸다. 태어나서 무언가 꾸준히 해본 적도 없던 나에게 실패를 극복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서 부딪치며 나아가는 작은 용기를 얻었다.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유독 많았던 나의 인생도 남산 덕분에 조금은 더 유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어느 정도 회복된 나는 남산에서 재정비를 끝내고 이제 새로운 출항을 준비해 본다.


나는 오늘 마무리하기 위해 남산을 오른다. 남산을 올랐던 수많았던 추억을 되새기며 이제 새로운 도전을 향해 힘찬 출발을 기대한다. 그렇게 난 오늘을 넘어 미래에도 남산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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