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공(碧空) / 이희승

순수의 하늘

by 여산희

벽공(碧空) / 이희승


손톱으로 툭 튕기면 쨍하고 금이 갈 듯

새파랗게 고인 물이 만지면 출렁일 듯

저렇게 청정무구를(淸淨無垢)를 드리우고 있건만



차를 타고 출근하는데 세상이 온통 뿌옇게 흐렸다. 최악의 황사가 전국을 덮치고 미세먼지까지 더해진 것이다. 봄꽃들이 마구 피어나는 호시절에 황사가 웬 말인가. 주말까지 황사가 이어진다는 뉴스에 설레는 꽃구경을 접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오늘은 점심 산책을 잊기로 한다. 봄꽃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파란 하늘을 잠시 떠올린다. 그러다 시푸른 가을 하늘에 닿았다.


손톱으로 튕기면 쨍하며 소리를 내는 하늘. 손으로 만지면 출렁출렁하는 하늘. 감각적인 표현에 가을 하늘이 더 맑아지고 깊어진 듯하다. 시인은 가을이면 무시로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하늘의 천연한 아름다움에 잠겨 생동하는 시어를 피워낸 것이다. 그런데 티 없이 맑은 가을 하늘과 달리 지상은 어떠한가. 티끌이 넘치고 혼탁하기 그지없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다.


맑은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을 씻을 수 있다. 그래서 평소 걸으면서 자주 하늘을 마음에 담는 편이다. 세상일이 혼란스러울수록 순수한 하늘을 바라볼 일이다. 그리고 새뜻한 기분으로 다시 세상일과 마주하는 것이다. 황사가 걷히고 나면 슬슬 벚꽃이 피지 않을까 싶다. 새파란 하늘과 빛나는 벚꽃, 그 둘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을 어서 마주하고 싶다.

2024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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