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는 것과 감정은 다른 것이다

by 김동일

한 번만 인정하면 되는 일을, 다음부터는 잘해봅시다.” 아내가 아침 기상과 동시에 던진 말이다. 마치 경찰 조서를 자기 생각대로 작성하고 조서 지를 던지며 읽어보고 사인하라던 30년 전 영등포 경찰서 형사와 같은 말투다. 현장에서 사망사고로 경찰서 조서를 받았었다.

“그게 아니고요” 하면 “상관없어요. 그게 그 말이고 어차피 벌금형이니 그냥 사인해도 됩니다.” 하며 수정할 기미가 없었었다. 인정을 강요받는 행위는 인간이면 싫어한다. 감정이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어제 화장실 청소가 문제였다. 전주에 화장실 청소 후 아내의 지적이 있었었다. 그중에는 몰랐던 부분도 있었고 놓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잘 안되었다고 막내가 지적했다고 한다.

“뭐 그리 신나서 말할 건은 아닌 것 같은데”

“당신은 그게 문제라니까 다른 사람이 지적하면 인정해야지”

“청소를 했다는 건 당신도 알고 있잖아”

“청소하면 제대로 해야지”

“이리 와 보세요”화장실로 나를 이끈다. 아침을 먹다 말고 끌려가는 마음이 햇빛에 생선이 말라 뒤틀리듯 꼬인다.

“이게 그렇게 급한 건가?”

세면대 수도꼭지가 달린 면 쪽에 물방울이 생겨있는 건 세제가 가지 않았다며 주방에서 주방 세제를 쇠 수세미에 묻혀 닦아댄다.

“이거 봐요. 깨끗하죠?”보기엔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여기서 한발 나가면 싸움이 된다. 무조건 참아야 한다. 지는 것이 답니다. 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평생을 사는 양심수처럼 얌전하고 세상에 순응해야 한다. 이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속하는 최선의 길이다.


“당신 하고 살면서 자주 느끼는 건 인정하지 않아서 문제야.”

“그냥 인정하면 될 일을 뻔히 하지 않았는데 인정하지 않으니까 지적하지”

“나도 할 말 있어”

“뭔데요,”

“조금 욕심부리면 당신이 어제 내가 봐도 열심히 했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안 되었나 봐요. 막내가 이번에도 제대로 안 되었다고 지적하더라고요”

“이렇게 했으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자식 앞에서 남편을 편들어 "아빠가 열심히 했어 그쪽은 조금 손이 덜 갔었나 보지"까지는 너무 욕심이 큰 것이겠지?

“하하 저도 노력해 볼게요”

“왜냐하면 분명히 내 나름대로 당신이 저번에 알려준 곳을 열심히 꼭지 부분을 들고 닦고 했어요. 그런데 안 했다고 하니”화가 난 거지.

“안 한 건 표시가 나요. 그건 거짓말 못해요.”아내는 끝까지 확증 생각에 변화가 없다. 그녀가 외출하고 조용히 들어와 세면대로 갔다. 물이 방울방울 세면대 벽에 달려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듯 대롱대롱 맺혀있다. 난 썩은 웃음을 지었다. 모든 일에 정답을 찾을 필요는 없다. 정확하게 따질 필요는 더더욱 없다. 결과를 알았으면 비밀을 유지하는 게 가정 평화를 위해 족하다.


하루의 일을 해가 지기 전에 털어버려야 했었다. 그러나 밤을 지나고 아침에야 아내의 말 한마디“다음부터 잘해봅시다”로 상처는 봉합되었다. 마음에 상처는 긴 시간을 두고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언제나 올라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은 자신의 과거를 들추어내면 감정이 하수구 밑에 고요하게 깔려있던 잔재들이 물회오리에 쓸려 올라오며 악취를 풍기고 휴화산이 순간적으로 폭발하듯 통제 못할 화가 치민다. 인간이 비열한 건 지금 일어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과거를 회귀시켜 확인시킨다. 이때 감정이 잘못 작동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유 함을 얻는 행동으로 반응하거나 상대를 억지로라도 괴멸시켜 보고자 폭력을 넘어선 도구를 사용해 살인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감정은 경계선이 없다. 어디까지 가면 멈추어서는 타임 멈춤이 없기에 위험하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면 자신이 결정하고 실행하므로 종지부를 찍는다. 과정의 모든 문제는 결과로써 유추될 뿐이다. 누구도 당사자가 아니면 그때의 상황을 알 수가 없다. 감정은 오롯이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권한이다. 결과는 나타난 현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결과로 모든 것을 해석하려는 어리석음이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년 색다르게 맛본 계절 여름